민주,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에 한국 '의회민주주의 사망선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추인(追認)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전날 야3당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마련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패스트트랙에 태울 공수처 설치 법안 등의 세부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4당 간 합의안의 제안 설명이 있었고, 참석한 85명 의원 모두가 만장일치 당론으로 추인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변인은 “세 분 정도 개인 발언을 했는데 대부분 지지 의사를 밝혔다”라며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변인은 이어 “민생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으로) 같이 진행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지금부터 민생 관련 법안을 적극적으로 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대표는 의총 의결 전 모두발언에서 “상대와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라 (민주당의)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라며 “여야 4당이 합의해 처리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배가 뭍에 있을 때는 움직이지 못해 일단 바다에 들어가야 방향을 잡고 움직일 수 있다”라며 “오늘 처리하는 안건은 배를 바다에 넣기까지 절차인데, 일단 바다에 배가 떠야 방향을 잡고 속도를 내고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 오후부터라도 자유한국당이 협상을 시작하기를 바란다”라며 “(한국당을) 설득해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여야가 원만하게 타협해 처리하도록 하고, 그를 위해 민주당이 가장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법 관련 개정안은 지난달 17일 여야 4당 정개특위 간사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한 ‘연동률 50%를 적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과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린다는 것이 합의안의 핵심이다.

 

애초 당 일각에서 공수처의 기소권 제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으나 이날 의총에서 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선거제 개편이 이뤄지면 내년 4월 총선 때부터 적용될 수 있다.

 

한편 패스트트랙 지정에 줄곧 반대해 온 한국당은 선거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면 “20대 국회는 없다”며 국회 보이콧을 예고해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의총을 열고 “정말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어렵사리 정착시킨 의회민주주의 질서가 붕괴되고 의회민주주의의 사망선고”라며 “민주공화정을 지탱하는 삼권분립이 해체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는 순간 의회민주주의의 시한부 270일이 시작된다. 민주주의 붕괴 270일이 카운트다운된다”고 지적했다.

 

의총에는 60여명의 한국당 의원이 참여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국회 일정 거부, 장외투쟁 등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