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실시간 측정해 전송하는 ‘굴뚝 자동측정기기(TMS)’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550개 굴뚝 중 65개(12%) 굴뚝의 먼지 TMS 측정값이 실제보다 축소 보고되고 있는데도 이를 감시해야 할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조작 가능성이 작다’며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23일 감사원의 ‘산업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 실태’를 보면 TMS 측정값이 조작될 여지가 충분했다. ‘상관관계식’이라고 하는 보정 과정 때문이었다. 굴뚝에서 TMS로 먼지를 측정할 때는 배출가스에 빛을 쏴 빛의 강도 변화를 재는 ‘광투과 방식’을 적용한다. 먼지가 많으면 빛이 흐려지거나 흩어지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전국 970개 굴뚝에 설치된 먼지 TMS 중 926개(95%)가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광투과율로 먼지농도(x)를 산출한 뒤에는 상관관계식(ax+b=y 혹은 ax=b)에 대입해 최종 농도(y)를 구하게 된다. ‘㎎’ 단위의 농도로 수치를 변환하는 과정이다. a값에 따라 환경공단에 전송되는 최종 먼지농도가 결정된다.
그런데 감사원이 지난해 11월12일∼12월6일 광투과 방식의 먼지 TMS 기울기 값(a)을 조사한 결과 550개 굴뚝 중 65개 굴뚝이 설정범위 하한값 이하로 설정돼 있었다. 실제 농도보다 적게 최종값이 계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감사원이 기울기 값이 유독 작게 설정된 굴뚝 3개를 골라 실측해 보니 모두 실측값보다 TMS 측정값이 더 작았다. 한 사업장은 기울기가 통상범위(0.1∼10)의 수십∼수천분의 1에 불과한 0.002로 설정돼 있었는데, 이 상태로 측정한 TMS 먼지농도는 0.589㎎/S㎥였다. 그러나 수동으로 측정했을 때는 4배가 넘는 2.433㎎/S㎥로 조사됐다.
원칙대로라면 TMS로 오염물질 농도를 전송할 때는 상관관계식처럼 측정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도 함께 보내야 한다. 그러나 환경공단은 먼지의 경우 상관관계식을 전송 대상에서 제외했고, 현황이나 변경 이력도 관리하지 않았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TMS에서 받는 정보량이 워낙 많다 보니 우선순위에 밀려 누락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도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상관관계식 등 상태정보값 전송을 의무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감사원 결과는 정부가 믿을 수 있다던 TMS조차 조작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해 줬다”며 “배출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녹색연합은 사업장 배출물질과 자가측정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39개 사업장이 일부 발암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도 자가측정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39개 사업장에는 LG화학 대산·여수공장, 금호석유화학 여수·울산공장 등 대기업이 여럿 포함됐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