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장자연 문건’의 최초 보도자인 10년 전 당시 노컷뉴스 연예부 팀장 김대오 기자와 작가 김수민씨의 법률 대리인인 박훈 변호사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배우 윤지오씨에게 ‘공익제보자’, ‘(장자연의 피해 사실을 아는) 유일한 목격자’라는 타이틀을 붙여준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작가와 윤씨가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맞고소를 하거나 할 태세여서 ‘장자연 사건’은 새 국면을 맞게됐다.
23일 오후 4시쯤 서울지방경찰청 앞에 박 변호사와 함께 나타난 김 기자는 “저는 비록 법조 출입 경력이 없고 관련 지식도 없지만, ‘공익제보자’라는 칭호를 주기 위해서는 취재 속도가 늦더라도 검찰이나 과거사진상위원회에 ‘윤지오씨가 어떤 증언으로 (장자연 사건) 해결의 빌미를 줬는지’ 알아봤어야 했다”며 “그런 내용이 해결되고 수사 일선의 판단을 종합해서 ‘공익제보자’라는 타이틀을 줘야 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누군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을 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지 ‘임금님…’이라는 말만 듣고 ‘공익제보자’라는 타이틀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짜’를 몰아내는 게 더 진실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어떤 형태의 이야기가 나오든 가짜인지 진짜인지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기자는 이러한 말을 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울먹였다.
박 변호사도 “여러분(언론)은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하면서 사느냐”며 “무엇을 유일하게 목격했는지 알아보고 ‘유일한 목격자’라는 수식어를 붙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 같은 일개 변호사도 파고들 수 있는데 왜 여러분은 (윤지오의 진술을) 파고들지 못하느냐”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소리쳤다.
특히 박 변호사는 “고 장자연의 죽음을 ‘독점’할 수 없는 자가 독점을 해버렸다”며 “사실을 폭로한 작가 김수민씨가 무명이라는 이유로 (언론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이유로 자신이 나설 수 밖에 없었다면서 박 변호사는 “윤지오씨가 어떻게 국민을 속였는지 그대로 밝히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작가 김씨는 세계일보(23일 화요일자 8면 참조)와 통화에서 “윤씨의 행보는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오히려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조사에 응한 동기를 밝혔다. 그는 “윤씨가 유일한 목격자라며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자 대다수 매체가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며 “윤씨 증언은 장자연 사건과 별개로 보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술자리에서 윤씨가 ‘과거 장자연 사건 관련 수사기관 조사에 출석했을 때 조사관이 나간 사이 책상 위에 회색 문서를 우연히 봤다. 거기서 유명한 사람들 이름을 봤고, 그때 이들이 장자연 언니 자살과 관계 있단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간 윤씨가 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장자연 리스트) 원본이라고 하는 부분을 봤는데 유족분들이 보시기 이전에 제가 먼저 봤다”고 말한 부분과 배치된다. 김씨는 윤씨가 본인에게 ‘솔직히 장자연 언니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고, 회사에서 몇 번 마주쳤을 뿐이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윤씨는 “(김씨가) 혼자서 소설 아닌 소설을 쓰고 계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제가 문건(장자연 리스트)을 본 핵심인물이란 건 관련 수사관이 알고 조서에도 다 나와 있는 사실이다. 이 점은 변동되어서도 안 되며 저에 대한 분명한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장씨와의 친분과 관련한 김씨 주장에 대해선 “검찰, 경찰 조사에서 언니와 저의 통화기록, 문자를 확인했고 일주일에 적게는 세 번 본 사이”라고 반박했다.
윤씨는 “현재 저런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 방치하지만 변호사분들이 자료를 모으고 있고 이번주에 고소할 예정”이라며 “허위사실유포, 모욕, 정신적 피해 보상 등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