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누더기 공수처법·반쪽 자리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표 던지겠다"(전문)

 

국회 사법특별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이 전날 바른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이 추인한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안건의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오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오신환은 소신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저의 결단이 바른미래당의 통합과 여야 합의 정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저는 누구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바라왔지만, 선거법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왔던 국회 관행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여야 할 만큼 현재의 ‘반쪽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12대 11이란 표결 결과가 말해주듯 합의안 추인 의견은 온전한 ‘당의 입장’이라기보다 ‘절반의 입장’이 됐다”며 “그 결과 바른당은 또다시 혼돈과 분열의 위기 앞에 서게 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오 의원은 “저는 검찰 개혁안의 성안(成案)을 위해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사개특위 간사로서 최선을 다해왔다”며 “누더기 공수처법을 위해 당의 분열에 눈감으며 저의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는 이후로도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선거제 개편안의 도출과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바른당의 사무총장으로서 당의 통합과 화합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의 분열을 막고 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 설치안 등을 관련 상임위인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오는 25일까지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합의했었다.

 

바른당도 전날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의원총회 끝에 찬성 12표, 반대 11표로 여야 4당 합의안을 추인했다.

 

그러나 사개특위 단계에서는 오 의원의 찬성표가 없으면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안건은 소관 위원회인 사개특위 위원 18명 중 11명(5분의 3)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확실한 찬성표는 더불어민주당 위원 8명, 민주평화당 1명 등 9명에 그친다. 이에 2명의 찬성이 더 필요하다.

 

만약 사개특위에서 자유한국당 7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면 바른당 오신환·권은희 위원 2명 모두 찬성해야 패스트트랙을 처리할 수 있다. 

 

다음은 오 의원의 페이스북 글 전문.

 

오신환은 소신을 지키겠습니다

참으로 길고 긴 밤을 보냈습니다.

깊은 생각에 무겁고 고민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어제 선거제 개편,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자는 여야4당 합의문 추인을 놓고 의원총회에서 격론을 벌였습니다.

 

표결까지 가는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당론을 정하지는 못하였고, 그 대신 합의안을 추인하자는 '당의 입장'을 도출하였습니다.

 

그러나 12 대 11이라는 표결 결과가 말해주듯 합의안 추인 의견은 온전한 '당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절반의 입장'이 되고 말았고, 그 결과 바른미래당은 또다시 혼돈과 분열의 위기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저는 당의 분열을 막고 저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서 여야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바래왔지만,

선거법만큼은 여야합의로 처리해왔던 국회관행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여야 할만큼 현재의 반쪽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검찰개혁안의 성안을 위해 거대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사개특위 간사로서 최선을 다해왔지만, 누더기 공수처법안을 위해 당의 분열에 눈감으며 저의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무쪼록 저의 결단이 바른미래당의 통합과 여야 합의 정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후로도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선거제 개편안의 도출과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바른미래당의 사무총장으로서 당의 통합과 화합에 앞장서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9. 4. 24.

국회의원 오신환 올림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