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패스트트랙 반대는 사보임 의미”에 오신환 “결사코 거부, 당내 독재”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오른쪽 사진)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법안 등이 포함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해 오는 25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한 오신환 의원(왼쪽 사진)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오 의원이 ‘나는 반대표를 던질 테니 사·보임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회 사보임 권한을 가진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 의원을 끝까지 설득할 것”이라며 사보임과 이행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에 의원은 ”사보임은 결단코 거부한다”고 맞서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오 의원의 페이스북글’과 관련해 “김 원내대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대표는 “당을 대표하고 있는 사개특위 위원은 당의 입장을 의결에 반영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며 “그런데 ‘내 소신이 있어서 반대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에 ’나를 바꿔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전날 의원총회에서) 사보임을 하지 말라는 강요 같은 얘기들이 있었지만,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일이 없다”며 “4당 원내대표가 어렵게 합의문을 만들고 의총에서 어렵게 추인을 받았는데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의 이 발언을 두고 바른당 지도부가 사보임을 통해 공수처 패스트트랙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오 의원 대신 찬성표를 던질 의원으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김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의총에서 어렵게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합의안이 추인된 만큼 합의한 대로 추진하는 게 당에 소속된 의원의 도리”라고 손 대표와 입을 모았다.

 

이어 전날 의총에서 ‘사개특위 위원에 대한 사보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의원) 그쪽의 주장”이라며 “오늘 중으로 오 의원을 만나 최대한 설득해 볼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오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 사보임해달라는 얘기로 알았다’는 손 대표의 발언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그렇게 많은 분들이 해석을 하겠지만, 오 의원이 이 일에 기여를 하고, 관여해 오셨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오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저는 단연코 사보임을 거부한다”며 “제 글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사보임을) 강행한다면 그것은 당내 독재이며,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을 안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전했다.

 

앞서 오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위 사진)에 “사개특위 위원으로,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의총에서도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신설법안의 패키지 패스트트랙 지정 추인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패스트트랙은 처리는 어려워진다.

 

사개특위 위원 18명 중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과 민주평화당 의원 1명 등 9명이라 5분의 3에 해당하는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려면 2명이 더 필요하다.

 

반대 의사를 보이는 자유한국당 의원 7명을 제외하고 의결 정족 수가 11명(재적 위원 5분의3 이상)인 만큼 바른당 소속 오 의원과 권은희 의원 2명이 모두 패스트트랙에 동의해야 간신히 맞출 수 있다. 

지난 23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전날 4시간에 걸친 의총에서 찬성 12대 반대 11의 1표 차이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가까스로 추인한 바른당은 당내 분열 위기에 처했다.

 

현재 바른당은 패스트트랙을 대체로 반대하는 바른정당계와 찬성하는 국민의당계로 나뉘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추인으로 패스트트랙에 반대해 온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 중 몇몇은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추인되자 ‘과반 표결’ 처리를 강행한 김 원내대표를 향해 “의회주의의 폭거를 자행했다”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바른정당계를 이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의총장에서 김 원내대표에게 “사개특위 사보임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 원내대표는 “그럴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만에 하나 원내 지도부가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사임시킨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유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의사 결정도 이렇게 1표차 표결로 해야 하는 현실에 굉장한 자괴감이 든다”며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서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유 의원을 비롯한 몇몇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단탈당’ 혹은 ‘도미노 탈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