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몸싸움·쇼크… 패스트트랙 공방 격화

한국당, 의총 뒤 국회의장실 이동 / “사·보임 허가해선 안된다” 촉구 / 文의장은 저혈당 증세로 병원행 / 임이자 의원 “文의장이 신체접촉” / 한국당 “성추행 혐의로 고발할 것”

선거제 개편·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둘러싼 여야 4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대치가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24일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헤집고 의장실을 빠져나가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지도부 및 소속 의원 90여명은 24일 오전 비상의원총회 직후 국회의장실로 이동해 문희상 국회의장을 상대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허가해선 안 된다”며 강하게 압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오 의원에 대한 사·보임을 허가하면 결국 연동형 비례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의장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문 의장은 이에 “(이렇게)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최후의 결정은 내가 할 것”이라면서 “국회 관행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 의장의 해당 발언이 ‘사·보임 허가’의 뜻으로 비치면서 나 원내대표와 동행한 한국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 고성과 거친 설전이 오갔고 일부 의원은 국회 직원들과 서로 밀치는 등 몸싸움을 벌이며 아수라장이 됐다.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국회가 난장판이다. 의장실에 와서 뭐하는 것이냐. 이게 대한민국 국회가 맞느냐”라고 소리쳤다. 30분간 이어진 항의방문은 문 의장이 건강 이상을 호소, 의장실을 급히 빠져나가면서 종료됐다.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 증세로 국회 의무실을 찾았고 의무진의 소견에 따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동했다고 국회 관계자가 전했다. 문 의장은 건강 등의 문제로 25일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국회의장 대변인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국당 의원들의 의장실 항의방문을 ‘국회의장실 점거 사태’로 규정하고 “있을 수 없는 폭거”라고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장실을 나가려다가 자신을 가로막은 임이자 의원과 대치하던 도중 임 의원 뺨을 만지는 모습. 송희경 의원실 제공

반면 한국당은 항의방문 과정에서 문 의장이 두 손으로 한국당 임이자 의원의 양 볼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문 의장을 고소·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의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황교안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개최한 비상의원총회에서 “우리 투쟁의 1차 목표는 잘못된 패스트트랙 3개 악법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이 정권이 끝내 독재의 길을 고집한다면 우리 국민께서 직접 나서고, 청와대까지 달려가서 문재인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낼 것이라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23일 밤 국회 로텐더홀에서 시작한 철야 농성을 이날 밤에도 이어 갔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