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추가경정예산안이 25일 국회에 제출하지만,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상정으로 정국이 얼어붙어 조속한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5월 통과 난망한 추경안
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전날 확정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여당은 재난대처 강화, 미세먼지 저감, 선제적 경기 대응 등을 위해 추경안을 편성해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는 국무총리로부터 시정연설 청취후 기획재정위, 행정안전위 등 12개 관련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처리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선거제 및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 추경안 심사가 순조롭게 시작되긴 힘든 상황이다.
당정은 이번 추경안이 통과돼야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 피해 복구 예산 등을 바로 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당을 향해 당장 추경 심사 절차에 참여할 것을 압박할 방침이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라고 비판을 받았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조차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주문했다”며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추경안 심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당 반대하지만 무조건 반대는 부담될 듯
한국당은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추경 심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국당은 “국민 혈세를 퍼 쓰기 위한 총선용 정치추경에 반대한다”며 “이번 추경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기모순 추경이자 자가당착 추경”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이라도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실패에 대해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부터 한 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추경 제안을 하는 것이 기본 순서”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미세먼지, 포항지진, 강원 산불 피해 등은 올해 예산에 편성된 예비비를 신속히 집행하면 된다”며 “그러고도 상반기 이후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면 그때 추경편성을 검토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다른 야당들도 정부 추경안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예고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엄격하게 추경안을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양극화와 지역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는 부분은 국회에서 확실히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정의당은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지원, 노후 SOC(사회간접자본) 개량 사업 예산을 추경으로 편성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경 등을 통해 지역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배정해야하는 상황에서 한국당 등이 추경 심사 등을 무조건 반대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위기도 있다. 재난대처 강화를 위해 편성한 추경 예산이 대부분 한국당 의원이 지역구인 강원, 경북 지역 등이어서 추경 처리가 늦어져 제때 대처를 못할 경우 그 책임을 한국당이 떠안을 수 있다. 지난 4일 강원 고성·속초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위기대응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이석(離席)을 막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번 추경 심사마저 제때 못할 경우 재난 대응에 무능력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