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등 4개 통신사가 수년간 공공기관 전용회선 사업을 짬짜미한 사실이 드러나 133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KT는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KT는 이번 고발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 대한 지분 확대 시도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 담합을 벌인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133억27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입찰 경쟁을 피한 업체들은 100%에 가까운 높은 낙찰률로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사업의 경우 2015년 담합을 통해 KT가 낙찰받을 때는 낙찰가율이 100.7%에 달했지만, 공정위 조사 이후인 지난해 입찰에서는 62.2%로 떨어졌다. 낙찰가율의 차이만큼 국민 세금이 이들 담합 업체 주머니에 들어간 셈이다.
낙찰받은 업체는 낙찰을 도와준 업체들에 회선을 임차하는 계약을 한 뒤 쓰지도 않으면서 회선이용료를 지급하는 식으로 대가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별 과징금은 KT가 57억43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LG유플러스 38억9500만원, SK브로드밴드 32억7200만원, 세종텔레콤 4억1700만원 순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검찰에 고발조치된 KT는 향후 케이뱅크 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KT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인터넷은행특례법상 한도초과 보유 주주의 요건을 보면 최근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내거나 벌금형 이하의 처벌을 내지 않는 한 자격 자체가 없다는 의미다. 검찰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사례로 봤을 때 공공입찰에 대한 담합은 국민 세금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최소 벌금형 이상은 내려진다”며 “담합 사건에 대한 국민적 시선도 있기 때문에 검찰이 불기소하거나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KT가 케이뱅크에서 빠질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이 경우 새로운 대주주를 찾는 과정이 필요해 그만큼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금융위는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한도초과 보유 주주 요건에 있는 벌금형 부분은 확정판결 기준이어서 당장 결격 사유는 아니다”라면서 “다만, 검찰 기소와 법정 다툼을 감안하면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