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변시(辯試) 낭인

‘오탈자(五脫者)를 아시나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 안에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법무부 추산으로 441명. 이들은 영원히 변시에 응시할 수 없다. 시간과 돈만 날린 것이다. 첫해 87.2%였던 변시 합격률이 지난해에는 49.4%로 떨어지면서 갈수록 오탈자 수가 늘고 있다. ‘고시 낭인’이 없어진 자리를 오탈자들이 채우는 셈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 헌법소원을 냈고, 최근에는 청와대 앞에서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바꿔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법무부는 변시 합격률을 로스쿨 입학정원 2000명의 75% 수준(1500명 안팎)으로 고정하고 있다. ‘변시 낭인’이 빠르게 느는 원인이다. 응시자가 아닌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응시자가 아무리 늘더라도 합격자는 매년 1500명 안팎을 넘기지 못한다. 변시 첫해 응시자는 1665명이었는데 재수생과 장수생이 늘면서 올해는 3617명이었다. 응시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은 변시 낭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응시 기회가 5회로 제한돼 눈치도 봐야 한다.



‘고시 낭인 양산의 부작용을 막고 법조인의 다양성을 확보하며 변호사 수 증가를 통해 법률 비용을 절감한다.’ 2009년 로스쿨 도입 배경이다. 그동안 변시를 통해 배출된 변호사는 1만884명. 이로 인해 2009년 1만1000명이던 변호사가 지난해 2만5800명으로 늘었다. 국민은 법률서비스 문턱이 낮아지고 수임료가 떨어진 것을 반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법률시장이 포화상태라 생존권마저 침해받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26일 제8회 변시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대한변협과 로스쿨 측 갈등이 극에 달했다. 로스쿨 측은 변시 합격자를 2000명으로 늘려 달라고 하소연이다. 반면 대한변협은 변호사가 돼도 취업이 안 되고 개업해도 먹고살기 힘드니 로스쿨 정원과 합격자를 줄여야 한다고 맞선다.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다. 미국에는 ‘굶주린 사자보다 배고픈 변호사가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여전히 “신중히 검토 중”이다. 씁쓸한 세태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