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수난시대’…한국당 ‘장외 투쟁’ 광화문 광장에 가보니 남은 건 쓰레기뿐 [김기자의 현장+]

태극기를 버리는 태극기 부대…‘태극기는 쓰레기와 나뒹굴어’ / “야 이 빨갱이들아” 거친 욕설 난무 / 광화문·세종문화회관 구석구석…담배꽁초·일회용 플라스틱 등으로 엉망 / ‘삿대질·욕설’ 시민들과 충돌 / 나들이 나온 가족들은 피해 다니기도 / 곳곳 노점상에서는 작은 ‘술판’ / 공원 설치된 테이블마다 플라스틱과 가래침으로 ‘눈살’ / 금연구역 ‘푯말과 현수막’ 무용지물…시민들 앞에서 ‘뻐끔뻐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당원들이 총출동한 집회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가 종료된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 집회에서 사용된 태극기 등 각종 행사 용품이 버려져 있다.

 

“집회도 좋고 시위도 좋은데요. 아이들 앞에서 욕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서로 삿대질하면서 싸우시던데, 무섭기도 하고,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해요.”

 

주말인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자유한국당 주최 문재인 정권의 국정 운영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황교안 대표 취임 후 지난 20일에 이어 한국당이 벌이는 두번째 장외 투쟁으로, 의원들은 물론이고 전국 253개 당협위원회에서도 위원장과 당원 등이 총동원됐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는 자유한국당 주최 집회가 열리고 있다.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마이크를 잡고 정부 비판을 주도했다.

 

지난주 첫 집회 당시에도 한국당 추산 2만여명이 운집,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인사 등에 대한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 인근 한쪽에는 태극기와 함께 버려진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문재인 STOP!, 국민 심판’라고 쓰여진 행사 피켓 등 집회용품뿐만 아니라 담배꽁초 담긴 1회용 컵과 음료수 캔, 술병, 반쯤 먹다 버린 음식물까지 쉽게 눈에 띄었다.

 

특히 외진 곳에는 예외 없이 쓰레기가 쉽게 발견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집회에 사용된 각종 행사용품들이 광화문 인근 카페 바닥에도 나뒹굴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들로 보이는 빨간색 조끼를 입은 이들이 행사 직후 세종문화회관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주워 담기도 했지만, 뒤편 카페나 인근 공원에서는 버려진 플래카드는 바람에 휘날렸다.

 

아울러 골목길 곳곳에 버려진 각종 행사용품과 쓰레기는 수거되지 않았다.

 

금연구역 ‘현수막’은 무용지물

 

세종문화회관 주변 곳곳에는 금연구역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날은 ‘흡연구역’으로 변했다. ‘문재인 STOP’ 푯말과 태극기를 깔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이들은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뱉은 침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집회에 사용된 각종 행사용품들이 바람에 날려 광화문 인근 카페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이들 흡연자가 버린 듯한 쓰레기는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갔다.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1회용 용기들이 분리수거가 안 된 채 중구난방으로 쌓여 갔다. 음료수 캔 등에도 담배꽁초가 담긴 채 버려져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집회 당시 금연구역을 알리는 현수막 인근에서 이에 아랑곳않고 10∼15명의 흡연자가 동시에 연기를내 뿜고 있었다.

 

눈에 띄는 곳마다 큼지막하게 금연구역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흡연 금지 표지만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만 갔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집회 중 금연구역을 알리는 현수막 주변에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날 광화문을 찾은 김모(52)씨는 흡연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무슨 죄냐”라며 “안 그래도 시끄러워 짜증나는데, 저 사람들이 치우고 갈 것 같아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니에요. 그냥 버리고 가요”라며 ”그럼 누가 치우겠어요”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쓰레기와 나뒹구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이는 몇몇은 광화문 인근 카페 등 매장에 들어가서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진을 치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인근에서 열린 대한애국당 집회에 참여한 일부 참가자들은 한국당 참석자들을 상대로 태극기로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 같은 말다툼은 결국 몸싸움으로 발전했다.

지난 27일 자유한국당 주최 집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인근 화단에는 집회에 사용된 태극기가 버려져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골목길에는 작은 술판이 벌어졌다.

 

태극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은 노점에서 파는 어묵 국물과 함께 서로 술을 권했다.

 

몇몇은 태극기를 바닥에 내팽겨치거나 태극기와 푯말을 깔고 앉는 등 주변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술병과 담배꽁초가 버려졌고, 태극기를 그대로 둔 채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화단에도 분리되지 않은 각종 쓰레기가 쌓여 가고 있었다. 먹다 커피 용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여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27일 자유한국당 집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인근에는 이날 행사에 사용된 각종 용품이 음식물이 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뒤섞여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있던 곳마다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인근 공원의 노천 카페에는 행사에 사용된 각종 용품이 1회용 플라스틱과 함께 쌓여만 갔다.

 

벤치마다 1회용 컵과 전단지가 흩날렸다.

 

쓰레기통을 살펴보았다. 그 주변에는 행사용 피켓이 쌓여 있었고,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 했다.

 

노천 카페의 테이블 바닥에도 전단지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 27일 열린 자유한국당 집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과 앞 버스 정류장에 정부의 세월호 대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인근 경복궁을 찾은 이모(37)씨는 “집회를 하는 것은 좋은데, 질서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제발 좀 지켰으면 좋겠어요”라고 혀를 끌끌 찼다.

 

아울러 “이분들이 떠나면, 누가 치우나요?”라고 물했다.

 

이날 집회에는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를 비롯해 20여명의 한국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센터를 향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이 주민센터에서 마지막 발언을 마친 오후 5시쯤 집회는 마무리됐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