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 드러낸 한국당, 패스트트랙 국면 단일대오 변신

대여투쟁 통해서 계파갈등 희석

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맞서 강도 높은 ‘육탄 저지’를 통해 ‘야성(野性)’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친박’, ‘비박’ 등으로 나뉜 고질적인 계파 갈등으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 시도를 저지하면서 지지층 결집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보좌관이나 당직자까지 동원해 물리적 방법으로 ‘폭력 국회’를 자초한 것은 중도지지층 확장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농성중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으로 임이자 의원(오른쪽)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여야 4당이 지난 23일 패스트트랙 처리에 합의한 직후부터 28일에도 24시간 국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해 시행한 ‘단식 릴레이 농성’이 ‘간헐적 단식’, ‘웰빙 단식’ 등으로 조롱받았지만 3개월 만에 한국당의 투쟁력이 급속도로 향상된 모양새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사법개혁특위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앞을 점거하며 이상민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부터 나서 대여 투쟁 선봉에 서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원유철(5선)·신상진·정진석·주호영(이상 4선) 의원 등 중진의원들이 국회 정치개혁특위 회의장 앞에 스크럼을 짠 채 바닥에 드러눕고, 팔을 휘두르며 연신 ‘독재 타도’, ‘헌법 수호’를 외쳤다. 지난 24일 장인상을 당한 황교안 대표도 소속 의원들에게 “조문을 오지 말고 대여투쟁 상황에 집중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비롯한 당지도부와 당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 2탄' 집회를 마친 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이 분위기는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2차 장외집회에도 이어졌다. 황 대표는 전국 253개 당협에 당원 총동원령을 내렸고, 한국당은 이날 모인 인파를 약 5만명(경찰 추산 8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지난 20일 열린 첫 장외집회에 2만여명(한국당 추산, 경찰 추산 2000여명)이 모인 것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황 대표는 2차 집회에서 “좌파 정권이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독재의 마지막 퍼즐을 끼어 맞추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회에서 정의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육탄 봉쇄’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이귀전·이창훈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