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에 시동 걸자…더불어민주당, ‘제2 공수처법’ 수용

[이슈톡톡]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도 수용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별도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기존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동시에 올리자는 바른미래당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선거제·검찰개혁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열차가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추가 지정을 두고 반대 의견이 일각에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당 내외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의총에서 바른미래당 제안 받아들이기로 결정

 

민주당은 29일 오후 4시40분쯤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권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을 기존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동시에 올리자는 바른미래당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4당 합의사항 이외의 내용을 담아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안을 별도로 발의하기로 했다”며 “권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상정된 여야 4당의 합의 법안에 권 의원 이름으로 대표 발의되는 법안까지 총 2개의 공수처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것도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신환 의원과 권 의원에게 ‘패스트트랙을 진행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이 29일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제안에 일각에서는 ‘반대 의견’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두고 여야 4당 공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은 △‘기소심사위원회’라는 기소권 행사 견제 장치 설치 △공수처 수사처장이 인사권 행사 △수사처장 임명 시 국회 동의 필요 등을 내걸어 기소권 행사 대상에서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직 공무원, 국회의원 등을 빼 이미 ‘반쪽짜리’라는 말을 들은 기존 여야 4당 합의안보다도 한 걸음 더 물러섰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같은 이유에서 민주당이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는 예측이 있었고, 일부 민주당 최고위원은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29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과 사개특위 위원 간의 연석회의에서도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추가 지정에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존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일단 지정한 뒤 논의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 △아예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의 내용까지 포함한 새로운 공수처법을 재발의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들고 김 원내대표와 담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권 의원 발의안까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뉴시스

◆‘패스트트랙’ 열차 출발 급선무…법안 심사 중 갈등 여지

 

민주당의 결정은 패스트트랙 열차 출발이 급선무인 만큼 바른미래당의 제안 수용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바른미래당 제안이 패스트트랙을 멈춰 세울 정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 설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바른미래당 공수처법의 핵심인 기소심사위원회가 민주당이 처음 마련했던 공수처법에 포함된 ‘불기소심사의위원회’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고, 나머지 부분도 여야 4당 합의안에서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홍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최고위원과 사개특위 위원 간 연석회의에서 확인한 것은 바른미래당 안이 우리가 제출한 안과 비교해 기본 원칙과 틀에서 다르지 않고 기소심의위원회를 추가하는 내용만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의원들의 추인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민주당 안에 포함됐던 불기소심사의위원회는 공수처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적정성을 ‘사후 심사’하는 것인 반면에 바른미래당의 그것은 적절한 기소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사전 심사’ 장치인 만큼 차이가 결코 작다고 볼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지정 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당 내외적으로 여러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사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의총에서 바른미래당 안과 여야 4당이 합의한 공수처법안의 차이를 지적하며 “기소심의위원회가 혹시라도 공수처의 기소권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