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이의신청이 폭주했지만 정부는 고가 아파트 위주로 공시가격을 실거래가에 근접시키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부동산 보유세나 건강보험료 가격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고가 주택이나 토지에 대한 세부담 강화를 공언했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확정된 29일 시장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당분간 아파트 시세를 둘러싼 정부와 시장의 ‘눈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5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가를 발표한 후 지난 4일까지 의견청취 및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 공시가격을 이날 공개했다. 고가 위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을 내려달라는 신청이 2만8138건에 달했다. 국토부는 이 중에서 6075건(21.6%)을 받아 조정했다. 의견 10건당 2건 정도인 셈이다. 공시가격을 높여달라는 요청은 총 597건으로 이 중 108건(18.1%)이 받아들여졌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의견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 것에 대해 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정했으며 유사한 건도 직권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예정가격 발표 당시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한 공동주택은 총 52만6197호였는데 이날 발표된 6억원 초과주택은 52만4141호였다. 의견청취과정에서 2056호가 ‘6억원 미만’으로 내려갔다.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높아질 전망이다. 세계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의뢰한 결과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아파트 소유자(1주택자, 만 60세 미만, 만 5년 이상 보유 가정 시)는 올해 보유세로 지난해보다 37.2%(191만원) 늘어난 706만원가량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 13억1200만원에서 올해 15억7600만원으로 20.1% 상승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두 자릿수로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 같지만 이미 시장에 선반영한 측면이 있어 당장 가격이 하락하기보다는 거래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내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높아지면서 이자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 또한 감소하고 있어서 시장 급락 우려는 다소 해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센터장은 “시장이 정부 발표에 약간 둔감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며 “시장과 정부가 힘겨루기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