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고 야외 활동이 잦아지면서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과 공원 등 곳곳에서 흡연 문제로 시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에서의 흡연도 금지하는 등 금연구역을 대거 늘렸으나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아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길거리 흡연이 횡행하는 데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연구역이 아닌 곳에서의 흡연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금연구역은 지난해 말 기준 28만여곳에 달한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울 곳이 너무 없다”고 항변한다. 애연가 송모(75)씨는 “요즘 흡연할 만한 장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할 수 없이 그냥 도로에 나와서 피우곤 한다”고 하소연했다.
박모(29)씨는 “흡연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지저분해 흡연자들도 꺼리는 것 같다”며 “정부가 흡연시설을 늘리고 관리를 철저히 해서 혐연권뿐 아니라 흡연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내 흡연시설은 지난해 말 기준 실내에 4941곳, 실외에 1219곳, 거리에 43곳 등 총 6200여곳이 있다. 금연구역과 비교할 때 현저히 적다. 그러나 관할 당국은 흡연시설을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FTCT(국제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르면 흡연시설 설치는 흡연 권장 행위로 여겨진다”며 “정부의 금연정책 방향과 지역 민원 등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올해 초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은 보행자가 길에서 흡연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흡연 갈등이 특히 심각한 길거리에 효과적으로 흡연공간을 만드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