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담비가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담비가 전주 상림동 상림마을 야산에서 까치둥지를 덮치는 영상을 임낙연씨에게 제보 받아 지난 1일 공개했다.
임씨는 지난달 27일 부모 농장을 방문했다가 휴대전화로 담비의 사냥 모습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속 담비 2마리 중 1마리는 미루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 까치둥지를 덮쳤고, 이에 어미로 추정되는 까치가 둥지 위를 맴돌며 저항했다.
그러나 담비는 어미 까치의 저항을 뚫고 새끼와 알을 잡아먹고 유유히 내려왔다.
임씨는 한 매체와 통화에서 “농장에 갔다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미루나무를 바라보니 담비가 둥지를 습격하고 있었다”며 “한참동안 나무를 오르내리던 담비 2마리는 숲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측은 전북 완주군 소재 모악산 일대에 담비가 서식한다는 문헌자료는 있지만 전주 일대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최근 무인 카메라나 시민의 제보를 통해 담비의 사냥 사례가 파악됐지만, 나무를 타고 새 둥지를 터는 모습이 잡힌 것은 드문 일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처장은 “담비가 도심 인근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담비 서식실태 공동조사를 통해 보호대책을 마련하자”고 전주시에 제안했다.
담비 출현 소식에 최태영 국립생태원 박사는 “겨울 보릿고개를 넘긴 새들이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시기가 되자 담비가 사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으로 지정한 담비는 호랑이와 늑대가 사라진 산림 생태계의 건강성을 지키는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져 있다.
잡식성인 담비는 2~6마리씩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고라니와 어린 멧돼지, 청설모, 들쥐 등 포유류와 더불어 조류 등을 사냥한다. 아울러 꿀이 있는 말벌집과 더불어 다래, 버찌, 머루, 감 등 열매도 주로 먹는다.
소봄이 온라인 뉴스 기자 s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