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사회 원로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일본과 좋은 외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보나 경제, 미래발전 등을 위해서도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즉위한 나루히토(德仁·59) 일왕에게 축전을 보내 "천황의 즉위를 축하하고 퇴위한 아키히토(明仁) 천황과 마찬가지로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며 평화를 위한 굳건한 행보를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황'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청와대는 외교 관례상 써온 것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천황' 호칭에 대해 친일 잔재 청산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정부가 보여온 태도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시각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문 대통령이 '천황'이라는 호칭을 쓴 것은 결국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관계 개선의 의지를 나타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원로들에게 한일관계 개선에 각자의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원로들께서 일본 사람과 만나서 논의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양국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일본이 양국 갈등 관계의 원인인 역사 문제를 국내정치로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불행한 역사에서 파생되는 문제들로 불편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양국 관계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게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일본이 그런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해 문제를 증폭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과거사 문제와 한일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기존의 '투트랙 접근'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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