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의 다문화 수용성은 높아졌는데, 학교폭력을 겪는 다문화 청소년은 늘었다?’
다문화를 주제로 실시한 두 건의 여론조사에서 이 같은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면, 어떤 자료를 믿어야 할까.
하지만 수용성 조사와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종합하면 ‘청소년들의 다문화 이해의 폭은 넓어졌는데, 정작 당사자인 다문화 자녀들은 학교폭력에 더 시달린다’는 헷갈리는 결론에 이른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일반 성인 국민의 수용성 점수는 53.95점에서 52.81점으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다문화가족 부모(귀화자, 결혼이민자 등)들은 차별 경험이 40.7%에서 30.9%로 무려 10%포인트나 줄었다고 답했다.
조선경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수용성조사는 여러 지표로 전반적인 인식을 알아보는 것이고, 다문화 실태조사는 그보다 직접적인 차별의 경험을 묻는 것이라 두 결과를 반드시 모순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성상환 서울대 교수(한국다문화교육학회 부회장)는 “두 설문의 대상이 달라 매끄럽게 연결해 설명하기 쉽지 않다”며 “동일한 모집단에 대해 수용성과 차별경험을 조사한다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통계학)는 “본인의 태도를 묻는 말에는 긍정적으로 답변하려는 심리가 있어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며 “학교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