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의 마약사범 “국내 최대 40만명”

세명대 박성수 교수 연구 결과/ 작년 1만 2613명 적발 불구/ 드러나지 않은 마약류 범죄비율/ 실제 단속 건수의 28배 추정/ 당국선 10배 정도 추산… 시각차/ “관련 수사·치료체계 개선” 지적

지난 4월 강원도 춘천의 한 오피스텔에 경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숨겨진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다크넷’의 한 사이트를 통해 대량으로 대마가 판매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끝에 현장을 적발한 것이다. 경찰 수사결과 마약사범들은 5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 사이트를 통해 대마 판매 광고를 하고,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통화로만 대금을 지급받는 등 교묘하게 수사망을 피했다. 또 마약 재배 장소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오피스텔에서 대마를 생산했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대마 약 1.2㎏을 재배한 혐의를 확인하고 피의자 3명을 검거, 2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수사기관이 적발한 마약사범은 1만2613명이었다. 하지만 단속망을 피한 마약사범은 34만여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크넷을 통한 대마 판매 사건처럼 각종 첨단 수법 등을 활용, 단죄되지 않은 마약사범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다. 마약류 범죄가 적어도 30배 많다는 것을 가정해 이제라도 마약 관련 수사 및 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박성수 세명대 교수(경찰행정학)의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에 관한 질적 연구’(‘한국경찰연구’ 2019년 봄호)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이 28.57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암수율’은 범죄가 실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수사기관이 인지해도 용의자 신원미파악 등으로 해결되지 않아 공식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암수범죄의 규모를 추정하기 위한 수치다. 그간 대검찰청 등 수사기관은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마약류 범죄 암수율을 10배 정도로 추산해왔다.

 

박 교수가 도출한 암수율을 적용하면 한해 국내 전체 마약류 사범은 최대 40만명을 넘어선다. 대검찰청 통계로 보면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적발됐던 2016년(1만4214명)을 기준으로 삼으면 전체 마약류 사범은 40만4672명으로 추정된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기준(1만2613명)으로도 36만353명에 이른다.



경찰청의 연구용역 보고서 ‘암수범죄 추정방법 및 최소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절도 범죄의 경우 신고율이 높다고 가정했을 때 암수율 추정치가 28.7배로 나타났다.

마약범죄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를 꺼리는 성범죄와 함께 암수율이 높은 범죄로 분류된다.

박 교수는 “마약류사범의 60∼70%를 차지하는 투약 범죄는 말 그대로 ‘피해자가 없는 범죄’”라며 “나머지 30∼40%를 차지하는 공급 사범도 대개 점조직 형태라 일망타진이 어려운 특성 때문에 암수범죄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직 연간 1만여명 수준인 적발 건수에 의존해 암수범죄를 10배 정도로만 추정해 마약류 범죄를 다루다 보니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을 약 30배로 산정해 향후 관련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