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봉, 보현봉, 의상봉과 원효봉 등은 불교와 관련된 이름의 북한산 봉우리다. 이 산이 오랜 세월 불교 신앙의 중심지로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산 일원에는 시대의 흐름과 다양한 정치·사회적 사건 속에서 많은 사찰이 건립되었고, 탑과 불상, 부도, 당간지주 등 다양한 미술품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문화재지’(52권)에서 용인시청 이서현 학예연구사는 ‘북한산 불교 석조미술 연구’를 통해 북한산이 삼국시대 이래 조선시대까지 불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그것이 북한산의 지정학적 위치, 교통로 등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는 점을 분석해 눈길을 끈다.
◆북한산성 축성, 호국불교의 부흥
북한산에 사찰 건립이 본격화된 것은 7세기 이후로 추정된다. 태종무열왕이 659년 황산벌에서 백제군과 싸우다 전사한 화랑의 후손들에게 내린 장의사 등이 절터로 남아 있다.
◆북한산 불교미술, 다양한 유형의 등장
북한산 불교 석조미술은 유형별로 석조부도, 석탑, 마애불, 당간지주, 마애사리탑 등으로 구분된다. 조성 시기별로 보면 통일신라 1기, 고려시대 19기, 조선시대 18기, 근대 1기 등이다.
양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부도이다. 조선 후기 영·정조대에 이르면 문화융성기를 맞아 사찰들의 중창, 창건도 활발해졌다.
특히 승군의 활약에 대한 기억으로 이전에 비해 승려에 대한 예우가 높아졌고, 이는 부도의 건립으로 이어졌는데 북한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승영사찰 중창을 이끈 성능대사의 부도 등 여러 개의 종모양 부도가 전해지고 있다.
마애불 중에서는 승가사의 구기동 마애여래좌상이 주목된다. 통일신라 마애불 양식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고려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북한산에서 가장 큰 마애불이자 가장 이른 시기의 불상이다. 화려한 연꽃무늬 대좌 위에 앉아 있고, 선정인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연구사는 “북한산 불교 석조미술은 불교 도입 이래 다양한 유형이 꾸준히 조성되었다”며 “새로운 도상과 유형이 등장하고 사례가 많지 않은 특징적인 양식이 등장한다는 점, 고려 후기와 조선 후기 부도의 건립, 조선 후기 불교신앙의 흐름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