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 생리대’ 이후 3년... 여전히 '그날'이 두려운 소녀들

월 1만 500원... 생리대 충분히 사기엔 역부족/ 강남구 “학교 화장실에 보급기 비치… 보건실로 받으러 오는 학생 현저히 감소”
세계일보 자료사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일반 생리대 대신 ‘깔창 생리대’를 사용했던 한 여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진 지 3년. 사회적인 충격과 함께 정부에서도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월경용품 지원 사업에 나섰지만 여전히 풀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양의 생리대를 사기엔 월경용품 바우처 지원 금액이 부족한 데다, 학교 내의 생리대 지원 제도 역시 주위 시선에 예민한 청소년들의 정서를 소홀히 여겼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월 1만500원... 생리대 충분히 사기엔 역부족

 

정부는 2016년부터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 현물로 생리대를 지원했다. 그러다 올해 1월부터 개인이 원하는 생리대 품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바우처 지원으로 지급 방식을 변경했다. 여성가족부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 및 법정 차상위 가구의 만 11∼18세 여성 청소년들에게 월 1만500원, 연간 최대 12만6000원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급 방식 변경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금액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크다. 매달 충분한 양의 생리대를 사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월 1만500원은 일반 마트에서 오버나이트용 생리대 한 팩(8개) 정도를 살 금액이며 한 팩에 약 7000원인 유기농 일반 생리대를 생리 기간 내내 쓰는 건 꿈도 못 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생리대 개당 평균 가격은 331원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가장 비싸다. 생리대 라돈 검출 논란 이후 수요가 높아진 프리미엄 생리대(유기농 및 수입품)는 개당 500~800원 수준이다. 물가가 높은 덴마크는 156원, 일본 181원, 미국 181원, 프랑스 218원인 것과 비교된다.

 

생리대 가격은 해가 갈수록 오르며 저소득층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는 2010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102차례에 걸쳐 제품 가격을 평균 8.4%, 최대 77.9% 인상했다. 같은 기간 국내 생리대(18개)의 평균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0년 7월 대비 2017년 7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2%, 생리대값 상승률은 26.3%였다.

 

연합뉴스

◆강남구 “학교 화장실에 보급기 비치... 보건실로 받으러 오는 학생 현저히 감소”

 

UN은 2013년 ‘월경의 위생 문제는 공공 보건 사안이자 인권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학교 외 시설에만 무상 보급기 11대를 설치해 운영한다. 학교에서는 보건실에 생리대를 상시 비치한 뒤 학생 요청에 따라 지원한다. 문제는 사춘기 등 예민한 시기의 여학생들이 자신이 저소득층이란 사실을 주변 친구들이 알게 될까 우려해 생리대를 얻으러 오기 꺼린다는 것. 이 때문에 서울시의 학교 내 무상 보급 정책이 세심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는 이러한 문제 의식에 공감해 관내 초·중·고 34개교 등 81개 장소에 무료 생리대 보급기 157대를 설치했다고 6일 밝혔다. 학교에 93대, 도서관-청소년수련관-동 주민센터-문화센터-복지시설 등에 64대를 뒀다. 앞으로 공원과 지하철역 주변 공공 화장실까지 보급기 설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강남구는 “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생리대를 얻을 수 있도록 무료 보급기 사업을 시행했다”며 “각 학교 화장실에 보급기를 설치해 상시 비치·지원하는 이 사업은 전국 첫 사례다. 보급기를 설치한 학교는 보건실로 생리대를 받으러 오는 학생 수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