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급심도 24시간 내 인터넷 공개… 韓, 3년째 입법 표류 [창간 30 알권리는 우리의 삶이다]

법원 “사생활 침해 문제 면책 필요” / “기본권 문제… 법 해석 내용 공개를” / 법안 발의 민주당 금태섭 의원 지적

판결문 공개가 헌법에 명시된 원칙임에도 우리나라에서 ‘온전한 판결문’을 접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는 누구나 쉽게 법원 판결문을 볼 수 있도록 한 선진국과 확연히 다르다.

특히 미국은 확정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문이라도 선고한 지 24시간 이내에 온라인 사이트에 게시, 법조인은 물론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가 핵심인 이른바 ‘판결문 공개법(형사소송법 및 민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20대 국회에 발의됐다. 그런데 3년째 상임위 문턱도 못 넘고 표류하는 중이다. 판결 정보 공개를 대하는 법원 태도가 워낙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지난 3월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법원은 형사사건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로 일어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문제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원이 (판결에) 자신이 없어서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린다”면서도 “판결문을 공개했을 때 피해자들이 법원에 ‘왜 내 신상이 공개되게 했느냐’라고 했을 때의 책임만 면제된다면 (개정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재판과 판결 공개의 원칙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판결문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 의원은 6일 세계일보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판결문 공개는 곧 기본권 보장과 연결된다”며 “법원의 영역인 법 해석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하는데도 (공개가) 되고 있지 않다 보니 사법불신이 생겨난다”고 꼬집었다. 금 의원은 또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승소율이나 보석 허가율을 판결문을 통해 확인하면 전관예우 유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며 판결문 공개가 전관예우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판결문 공개를 통해 고위공직자 자질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고도 했다. 금 의원은 “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지난 판결을 다 살펴봐야 후보자 면면의 파악 및 검증이 가능한데도 지금은 후보자가 알아서 제출하는 소수를 뺀 나머지 판결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키워드 검색 등 방식을 이용해 판결문 접근이 쉬워지면 어떤 판사가 어떤 법에 전문성이 있는지, 우리 사회에 어떤 판결로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별기획취재팀=김태훈·김민순·이창수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