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저지르면 최소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윤창호법)’ 시행에도 국회 내 ‘술 취한 운전대’는 여전했다.
세계일보가 6일 입수한 ‘최근 5년간 국회사무처 직원 징계 상세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무처가 2014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자체 징계위원회에서 처분한 총 96건 중 65건(67.7%)이 음주운전 관련 비위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창호법 시행일인 2018년 12월18일 이후 약 석 달 동안 음주운전 비위 적발 사례가 7건이나 나왔고, 대부분 감봉 처분에 그쳐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라고 강조해 온 국회가 스스로 경각심을 잃었다는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징계 현황에 따르면 국회는 윤창호법 시행 이후 3월까지 9건의 비위 행위를 적발했는데 이 중 음주운전 비위가 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징계 수준도 지난 1월 ‘정직 2월’ 처분을 내린 1건을 제외한 6건이 감봉 1~3월의 경징계에 그쳤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사무처 직원의 음주운전 문제가 지적되자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규정 제3조 ‘징계·소청 및 고충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기존의 공무원위원으로만 구성됐던 징계위원회에 민간위원을 포함시켰다. 징계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징계 수준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간위원을 국회의장, 국회사무총장 등 국회 고위 관계자가 위촉하는 구조여서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국회의 ‘솜방망이’ 식 대처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65건 중 윤창호법의 단초가 됐던 ‘음주 운전 및 위험운전 치사상’을 저지른 경우는 2016년 9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 있었다. 징계는 각 감봉 1월과 감봉 3월에 그쳤다. 전체 음주운전 징계 현황을 들여다봐도 정직 처분은 단 2건뿐이었다.
해당 문제를 두고 국회의원들 역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례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에게 “음주운전이 대부분 경징계”라며 질타하자 유 사무총장이 “(음주운전 징계자는) 다 의원실쪽 보좌진”이라고 맞받으면서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국정감사 직전까지 집계된 음주운전 적발 56건 중 의원실 보좌진이 비위를 저지른 건수는 48건으로 전체의 85.7%였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사무처가 국회 지원단체라 의원실과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기 꺼린다. 국회의원들도 음주운전에서 자유롭지 못해 서로 눈감아주는 분위기”라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