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앞둔 국립오페라단의 초대작 ‘윌리엄텔’에선 ‘아르놀드’라는 배역이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차지한다. 한결같은 스위스 독립운동 지도자인 윌리엄텔과 달리 오스트리아 총독의 딸을 너무도 사랑해 조국을 등지려다 독립운동가인 부친의 죽음을 계기로 각성하는 입체적 캐릭터이다. 기교 면에서도 보통 한 오페라에 한두 번 쓰일까 말까 한 ‘하이C’음을 28번이나 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그야말로 세계 성악가 중 아르놀드를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이는 한손에 꼽을 정도.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이번 공연에선 독일 브레멘 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유럽에서 활동 중인 테너 김효종이 명테너 강요셉과 함께 아르놀드를 맡는다. 연세대 성악과 졸업 후 200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 지 12년 만에 서는 고국 첫 무대다. 김효종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고국에 설 기회가 있었으나 시간을 내기 어려웠는데 이번엔 여러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며 “여러모로 행복하고 기쁘지만 부담감도 크다. 국내 데뷔로 너무 큰 무대를 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오페라 역사 70여년 만의 초연이고 외국에서도 좀처럼 무대가 열리지 않는 윌리엄텔에 대해 김효종은 “워낙 대작이고 로시니 오페라가 보통 밝고 화려한 데 비해 매우 드라마틱하고 모든 배역이 어려워 그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재능과 노력 중 무엇이 더 중요했냐”는 물음에 김효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능과 노력은 기본이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교 졸업을 앞두고 스무 군데 정도 오디션을 보러 가는 족족 다 떨어졌다. 콩쿠르에선 입상도 하고 상도 타는데 오디션만 보면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내 노래가 잘못됐나’하는 의문까지 들었는데, 결국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극장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준비하며 문을 두드렸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역시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와 두 아이를 키우는 김효종의 8살 첫째는 최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오페라에 데뷔했다. 그러나 “음악은 취미로만 했으면 한다”는 게 부모 마음이다. 총 4시간에 이르는 윌리엄텔이 “낯선 한국 관객에게 재미 있겠느냐”는 물음에 김효종은 “저도 네 시간이 정말 지루할 수 있겠다고 걱정을 좀 했는데, 극적 요소가 군데군데 있어서 관객의 시선과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아마 보고 나면 ‘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