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탑 수리가 다 끝난 건가요. 동탑과 달리 불완전하게 복원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난달 30일 열린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 보수·정비 준공식 현장에서 김현용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왜 석탑을 보수하다 만 것처럼 두었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
석탑 보수 작업을 맡은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한국위원회, 한국건축역사학회와 함께 1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20년, 문화재 수리의 현황과 과제' 포럼을 열어 미륵사지 석탑이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보수됐는지 소개하고 문화재 수리의 원형과 바람직한 수리 방안을 논의한다.
8일 공개된 발표문에 따르면 김 연구사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현황과 의의'를 이야기하면서 석탑이 불완전해 보이는 연유를 설명한다.
김 연구사는 "비대칭 형태로 완성된 석탑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미륵사지 석탑은 문헌 기록 조사와 해체 과정에서 층수 등 창건 당시 원형을 입증할 수 있는 실체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원형을 알 수 없다면 복원은 추론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이 문화재 보존의 보편적 이념"이라며 "추정에 의한 복원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미륵사지는 금당과 탑을 세 개씩 조성한 삼원식(三院式) 사찰로, 중앙에는 목탑을 두고 서쪽과 동쪽에 석탑을 건립했다. 하지만 서탑은 물론 동탑도 정확히 몇 층이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동탑은 원형 회복을 뜻하는 '복원'이 아닌 창조적 산물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김 연구사는 "옛 부재의 물리적 성능은 새로운 석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복원 범위가 확대되면 옛 부재를 사용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며 옛 부재 활용과 원형 보존 측면에서도 6층을 초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륵사지 서탑과 동탑은 문화재 수리 역사와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자 문화재 수리 방법에 대한 탐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원대 명예교수인 이왕기 이코모스 한국위원장은 "건축문화재는 원형 보존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문화재라는 것이 전제이므로 어느 정도의 변화와 변형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대체로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재료 교체, 생활을 위한 경미한 변경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문화재 수리는 가능한 한 원형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보존 정책의 획일성과 통일성, 도구의 기계화는 문화재 원형을 왜곡하고 규격화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에서는 이외에도 고고학적으로 살펴본 문화재 원형 보존, 석조문화재 보수에서 원재료 사용과 과제, 미륵사지 석탑 해체·보수 공사를 위한 구조공학적 분석과 발전 방향에 대한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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