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Galaxy Fold)’ 출시일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당초 지난 달 26일 미국에서 갤럭시 폴드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제품을 선지급 받은 현지 리뷰어들로부터 화면 결함 논란이 불거지자 출시일을 전격 연기했다.
그런 와중 삼성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갤럭시 폴드 미국 현지 사전예약자들에게 다시 이메일을 보내 “수주 내로 구체적인 출시일정을 알리겠다”고 고지했다.
◇“제품 수준 끌어올리느라 출시일 확정 어려워”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사전예약자들에게 갤럭시 폴드의 출시일 연기를 알리며 “2주 안에 구체적인 출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는데, 약속대로 이메일은 보냈지만 구체적인 출시 정보는 내놓지 못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중대한 결함을 파악하고도 빨리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러다 화웨이가 먼저 폴더블폰 상용화에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등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다시 발송한 메일에서 “갤럭시 폴드 제품 수준을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는 작업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예상 출시일을 확실하게 공언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출시만을 기다려온 고객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삼성전자는 “이번 달 31일까지 사전예약을 다시 확정 짓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이 출시되지 않으면 주문은 자동 취소된다”고 알렸다. 예약 주문을 계속 유지하려면 의사 표현을 한 번 더 해달라는 것. 삼성전자는 5월31일은 미국의 개인정보 보유 기한 관련 규정상 특정된 날짜라고 설명했다.
◇단순 화면보호막 문제가 아니었던 ‘결함’
갤럭시 폴드에 대한 스크린 결함 논란은 지난달 중순 터져 나왔다. 블룸버그, 더버지, CNBC,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매체들은 갤럭시 폴드를 사용하며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펴는 과정에서 한쪽 화면이 깜박거리거나 아예 꺼져 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삼성 측은 “갤럭시 폴드 디스플레이 최상층의 화면보호막을 떼어버리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임의로 화면보호막을 제거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해당 화면보호막이 사실상 ‘보호필름’처럼 생겼고, 또 이를 사용자가 물리적 힘을 가해 충분히 벗겨낼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았다.
며칠 후 삼성전자는 “문제가 된 갤럭시 폴드 제품을 회수해 자체 조사한 결과, 접히는 부분(힌지)의 상·하단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과 이물질에 의한 디스플레이 손상 현상이 발견됐다”라며 결국 출시 연기를 선언했다.
무리해서 출시를 강행했다가 과거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 때처럼 대규모 리콜사태로 이어질 수 있고 또 다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제품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회사 내부에서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화웨이가 먼저? ‘최초보다 최고이길’
결과적으로 갤럭시 폴드의 출시일을 확정치 못하게 되면서 중국 제조사 화웨이가 먼저 ‘세계 최초 상용화 폴더블폰’을 출시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런 시선도 존재한다.
화웨이는 지난 2월, 삼성전자보다 일주일 늦게 ‘MWC 2019’에서 자사 첫 폴더블폰 ‘메이트(Mate) X’를 공개했는데, 출시는 6월이나 7월쯤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품질면에서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출시를 미룬 건 삼성전자의 판단이 옳았다”는 게 업계의 중론.
첫 공개 당시 메이트 X는 스펙이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갤럭시 폴드와 차이를 보였지만, 4~5개월 동안 얼마나 기술과 성능을 끌어 올렸을지는 출시 후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가 우여곡절 끝에 어느 만큼의 만족스러운 품질로 그동안 기다려준 고객들에게 보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갤럭시 폴드는 무게 263g, (접었을 때) 두께 17mm로, 263g에 11mm인 메이트 X보다 가벼우면서도 두꺼운 게 특징이다. 갤럭시 폴드는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인 반면, 메이트 X는 밖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