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횡 막을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제자리 걸음 [대한민국 신인간관계 보고서]

20대 국회 시작하자마자 발의 불구 / 아직도 법사위 소위 문턱도 못 넘어 / 마조리티 오브 마이너리티 제도 등 / 지배주주 활동 규제 도입 대안 부상

대기업 총수 일가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제도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은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발의됐다. 한때 ‘경제민주화’의 상징적인 법안이었지만 지금은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실상 20대 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법안이 아닌 상장회사 내 규정 변경을 통해 ‘회사 내 견제’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20대 국회가 시작된 직후인 2016년 7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의 20대 국회 의정생활에서 유일한 대표발의 법안이었던 이 상법 개정안은 당시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주목받지 못한 조항이 있었다.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조항이 그것이다.



김 대표 법안에는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 추천위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계열사 임직원들은 사외이사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소액주주 추천인사를 반드시 사외이사에 선임하도록 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그해 11월 제출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여야정협의체는 상법 개정에 나서기로 합의했지만 거기서 멈춰 버렸다. 채 의원은 8일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은 상법 개정안을 강경하게 반대하면서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재벌개혁을 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안 하겠다는데 어쩌겠냐’면서 팔짱만 끼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실현가능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마조리티 오브 마이너리티(Majority of minority)’제도 도입이 그것이다. 주주 사이에 이익이 상충될 때 지배주주가 비지배주주로부터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홍콩, 이스라엘, 인도 등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배주주의 활동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오너 일가의 독단적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마조리티 오브 마이너리티 제도는 상법 개정이 아니라 증권거래소 상장규칙을 통해서도 도입할 수 있다”며 “금융위원장 권한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