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우선" "차가 먼저"… 금융소비패턴으로 본 '세대차'

세대별 소비·재테크 패턴 보니 / 가난 경험한 부모 세대와 달리 / 밀레니얼 세대선 ‘가심비’ 중시 / ‘욜로족’ 많고 핀테크 활용 익숙 / 금융권 ‘큰손’ 인식해 적극 공략 / X세대는 ‘중간자적 성향’ 지녀

서울에 사는 회사원 이모(29)씨는 최근 부모와 작은 갈등을 빚었다. 지난 3월로 입사 만 3년이 된 이씨는 그간 모은 돈으로 평소 갖고 싶어했던 외제차를 사겠다고 얘기했는데 책망만 받았다. 이씨는 “부모님은 ‘당장 차가 급한 것도 아니고, 전처럼 집에 있는 차를 같이 쓰면 되지 않냐. 그보다 집 장만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 하지만 난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니 갖고 싶은 차를 사는 게 우선’이라고 말씀드렸다. 고집을 부려 외제차를 샀다. 통장 잔고는 텅 비었지만, 주말에 새 차를 타고 드라이브할 때마다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와 ‘밀레니얼 세대’인 자식 간의 대비되는 소비패턴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두 세대는 성장 배경이 확연히 다른 만큼 소비패턴이나 소비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다.

 

9일 핀테크 업체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밀레니얼 세대별로 금융소비 행태에 몇 가지 특징이 있다.

6·25전쟁 이후인 1955~1964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의 경제성장 역군으로 활약하며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났음에도 극도의 가난과 경제위기 등 한국 경제의 주요 사건을 경험한 탓에 소비 대신 저축을 중시한다. 1970년대부터 20년간 연평균 금리가 23.1%였고 1980년대 14%, 1990년대 10%로 높았기 때문에 적금을 통한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저축이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만하다.

 

1980~2002년 베이비붐 세대 부모한테서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들의 근면성실 덕에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래서 자신을 위한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워라밸’이나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형태) 등의 가치소비를 중시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여행을 위해 소액대출을 받는 걸 서슴지 않고, 낮은 금리로 인해 저축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는 ‘욜로족’이 많다. 부모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10대 때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쳤음에도 장기 불황으로 혹독한 취업난을 겪다 보니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밥(혼자 먹는 밥)’ ‘혼행(혼자 가는 여행)’ 등 ‘나홀로 소비’를 한다.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사이에 위치한 X세대는 두 세대의 중간자적인 성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롯데멤버스가 발간한 ‘2019 트렌드 픽’ 자료에 따르면 세 세대는 모두 ‘가격절충형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대별 특징이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은 ‘최애템 사수형’ 소비다. 밀레니얼 세대는 26.6%가 가격과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제품은 무조건 구매한다고 답했으나 X세대(21.6%), 베이비붐 세대(17.8%)로 갈수록 그 비율이 떨어졌다. 명품 소비에 대해서도 20대 10명 중 8명은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회사원 조모(28·여)씨는 “지난해 말 그룹 ‘워너원’ 해체 직전 콘서트 모든 회차를 직관하기 위해 티켓 예매와 암표 구입까지 200만원을 넘게 썼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금융업계에서도 이들을 잡기 위해 안간심을 쓰고 있다. 특히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해 모든 계좌나 카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핀테크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 뱅크샐러드는 개인의 계좌나 카드 등 자산을 한 번만 연동하면 간단히 돈 관리를 할 수 있어 2030세대에서 인기가 높다. 서비스의 70% 이상이 20·30대일 정도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최적화한 서비스다.

전통 금융권은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방탄소년단(KB국민은행), 블랙핑크(우리은행) 등 아이돌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어필하고 있다. 아울러 밀레니얼 세대는 한 금융사에 충성도를 보이기보다 금리 등 혜택을 좇아 다른 기관으로 쉽게 옮기는 ‘파이낸셜 노마드’ 특성을 지닌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