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과 경찰 간 신경전이 치열하지만 이미 경찰은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2011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경찰 자체 판단에 따라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를 벌인 이후 수사기간이 장기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으면 신속한 사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할 근거는 형사소송법 196조다. 해당 조항은 ‘경찰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할 경우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이러한 내용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법률상 독자적인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권리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미 자율적인 수사개시권을 보유한 경찰이 수사종결권도 갖게 되면 사건이 묻힐 염려는 물론 수사 장기화에 따른 국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경찰이 수사권을 확보한 이후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 3개월을 초과한 인원은 2011년 15만3626명에서 2016년 42만112명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를 벌인 사건 피의자가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된 경우도 2011년 10만6093명에서 2016년 17만3996명으로 64% 증가했다. 검찰은 이 수치에 근거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할 경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커지고 수사 장기화로 국민의 인권도 침해될 여지가 크다고 우려한다. 한 검사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진 이후 수사기간이 연장되고 있는데, 수사종결권을 부여받더라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을 송치하면 수사를 얼마나 오래 했는지 검찰이 확인할 수 있지만,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하면 아무도 살펴볼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검찰은 경찰 수사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경찰의 인지 사건이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나면 해당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의 인사평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수사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송치 전 단계여도 검사의 법률검토 및 수사지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는 검찰도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잘못을 경찰이 반복할 길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잘못한 일도 많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지금 나와 있는 수사권 조정안은 마치 검찰도 해먹은 만큼 이제 경찰도 좀 해먹게 해줘야 한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검사의 지휘가 없으면 수사를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일일이 검사의 승인을 거쳐야 했지만, 향후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검·경 간 의견을 달리하지 않는, 즉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은 신속하게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아울러 경찰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경찰의 인지 수사가 확대·남용됐다는 일각의 주장도 오해라고 주장한다. 접수된 전체 사건 수의 증감 추세에 따라 인지 수사도 동반 증가 또는 감소한 것일 뿐 수사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검찰이 0.6% 정도가 사건 결과가 바뀌었다고 주장하는데, 바꿔 말하면 99.4%는 검·경의 의견이 같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장차 대부분 사건이 보다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수사권 조정안에 마련된 촘촘한 통제장치를 통해 견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입장은 분분하다.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양태정 대표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경찰이 수사의 주체가 돼야 하는 것은 맞는다고 보지만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되면 외부에서 통제할 기관이 없어지게 된다”며 “인권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법무법인 라온 김윤호 대표변호사는 “경찰이든 검찰이든 몇 달이 지나도 사건에 손도 안 대는 경우가 많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수사기간 3개월은 그렇게 장기간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수사권 조정 반대 논리로도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공익의 대변자이자 인권 수호 의무를 지닌 검찰 역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배민영·이희경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