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논란에 "고용시장 밖 자영업자 등에 송구"

경제정책 대담 답변 / "고용시장 근로자 형편 개선에 도움 / 자영업자 대책은 국회 거쳐야" / 최저임금 인상폭엔 조심스러운 답변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맞물려 논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 “아쉬움이 많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조목조목 짚었다. 고용시장 안에 있는 근로자들의 급여가 많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다만, 자영업자 등 고용시장 밖의 어려운 노동자들이 고통 받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미비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청와대 상춘재에서 8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서다.  

 

이번 대담은 문 대통령이 지난 2년 간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통령께서 시행해오신 경제정책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단어를 꼽는다면 ‘소득주도성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그런 정책의 하나는 아닐텐데,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 자체의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후회는 없나.

 

“그렇다. 아쉬움이 많다. 우선 이점은 꼭 말해야 할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적어도 고용시장 안에 들어온 분들, 고용된 분들, 노동자들의 급여 부분은 좋아졌다. 저소득 노동자 비중이 역대 최고로 낮아졌고, (소득분위별)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도 최고로 줄어들었다. 한편으로 지난 3월에는 고용보험 가입자수가 늘어나서 고용안전망 속에 들어왔다. 그래서 고용시장 안에서의 경제적 효과는 있는데, 반면 고용시장 바깥의 자영업자와 가장 아랫층에 있던 노동자가 밀려나는 그런 면이 있었다. 이런 부분을 함께 해결하지 못한 게 가슴이 아프다. 참 어려운 일은 이런 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자영업자 분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병행해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에 의해 먼저 시행되고, 자영업자 대책이라든지 그런 건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해서 시차가 생기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송구스럽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에는 동의를 하는 것 같다. 만약 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으면 현행 제도로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이 결정될 텐데, 내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은 무리라고 판단하시죠?

 

“아, 이거는 답변 자체가 조심스럽다. ”

 

- 물론 대통령께서 결정권한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지난번 저를 비롯한 여러 대선 후보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내건 것이 최저임금의 결정에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일단 결정권한이 정부에 있는 게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때 공약이 2020년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급속도로 인상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우리 경제가 어느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적정선을 찾아서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이미 속도조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2년에 걸쳐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고, 부담을 주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런 점을 감안해서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쪽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2020년 1만원 공약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정해진다는 얘긴가.

 

“그래서 법제도로 최저임금 결정 제도를 이원화해, 두 단계를 거쳐 하도록 개정안을 냈는데, 그게 지금 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아 아쉽다. 현행 제도로 가더라도 위원회가 이러한 취지를 점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와대 집무실에 여전히 일자리 상황판이 아직 있나?

 

“네. 지금도 있다. (오늘 봤나?) 하하. 대체로 월별 단위로 발표가 되는데, 고용상황들을 보면 지난 3월까지만 발표가 되어서 지금 3월 상황이 상황판에 있다, 수출은 4월까지 있고.”

 

-일자리 고용의 질 문제가 생기는데, 일자리가 생기긴 했는데 상당수가 초단기 일자리다. 주 15시간도 안 되는. 예를 들어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기 일자리가 상당수인 수치가 있다.

 

“그건 맞다. 초단시간 일자리는 대체로 노인 일자리다. 아시다시피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돼 2025년 초고령화 사회가 되는데 노인들에게는 짧은 시간의 일자리라도 마련해 드리는 게 필요한 것이고, 그 어르신들에겐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 나으므로 계속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일 급한 건 청년일자리 아닌가.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청년에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런 일자리는 어디서 만드나. 공공부문에서 81만개 만든다는 공약이 있었는데.

 

“지난 2, 3월 청년 고용률이 아주 높아졌고, 청년의 실업률도 낮아졌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다. 특히 25∼29세 사이는 인구가 늘었는데도 고용상황이 좋아졌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우리가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데, 그동안 조선, 자동차가 세계 경제에서 부진을 겪었다. 제조업을 혁신하고 고도화시켜서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도 있고, 또 새로운 산업을 성장시켜서 일자리를 만들고, 벤처 창업을 지원해서 일자리를 늘리게 하고, 한편으로는 아까 말씀하신 그런 공공 일자리를 늘려서도 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