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침해' 외치며 언론통제 나선 中… 美 관세 인상 맞대응 검토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제2차 무역전쟁 발발에 대해 미국을 겨냥해 “주권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언론 통제에 나섰다. 여론 동향에 민감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미·중무역협상 결렬에 대한 불안한 민심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의연하게 대처하고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그러면서도 향후 미국과의 후속 협상을 준비하는 한편, 미국 추가 관세인상에 대한 보복조치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지금 행동해야 한다. (내가) 재선 후에 합의하려면 더욱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며 대중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 상무부·외교부 대변인 발언만 보도 가능… 외신인용 금지, 자체취재 내용 보도 금지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내 매체 책임자들은 공식 채널에서 제공한 콘텐츠만 사용해야 하고, 자체취재 내용이나 외국 언론 인용은 금지된다는 지침을 받았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상무부와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만 보도할 수 있다. 제공받은 내용을 그대로 써야 하며 제목도 바꿔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와 신화통신은 워싱턴 무역협상이 결렬된 후 “미국이 협상을 원하면 협상을, 전쟁을 원하면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 기본 입장을 전했다. 이들 공식 매체는 “중국은 추가 관세 전면 취소, 무역 구매 수치의 현실 부합, 합의문의 균형성 등 세 가지 핵심 관심사에서 양보할 수 없다”며 “강요에 의한 합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협상이 종료된 후 미·중 양 측은 모두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라며 후속 협상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협상단을 이끄는 류허(劉鶴) 부총리도 협상 종료 후 중국 기자들을 만나 “쌍방이 나중에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협상이 깨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미·중, 협상 시간 벌었지만,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미국이 실제 관세를 미국시간 10일 오전 0시 이후 미국을 향해 출발하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키로 함에 따라 실제 중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시점은 약 3주 후가 될 전망이다. 화물 수송기의 경우 10시간 정도면 미국에 도착하고, 화물선으로 이동하면 약 21일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비재 물품의 경우 대부분 화물선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양 측은 이 기간 동안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미·중 양국은 약 3주 정도의 추가 협상 기간을 확보했지만, 미국이 계속 관세카드로 압박하고, 중국이 보복대응을 천명한 상황에서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민일보는 “(합의)문구는 균형 있고 중국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용어로 표현돼야 하며 국가 주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내 두 번째 임기에 협상이 진행되다면 (미·중 간의) 합의는 중국에 훨씬 더 나쁠 것”이라며 “중국은 지금 행동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높은 관세를 징수하는 것도 너무 좋다”며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결국 미국이 관세로 압박하고 중국이 반발하는 불안정한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양국이 대화하면서 싸우는 것(fightingwhile talking)이 협상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며 “중국은 인내심을 가지고 모든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양 측은 구체적인 협상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볼 때 한 달 이내 추가 고위급 협상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중국 맞대응 카드는? 관세보복, 미국 농산물 수입 금지 등 가능한 카드로 관측 

 

실제 한 달 내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미국이 아직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30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제품에 관세인상 조치를 강행할 경우 중국도 맞대응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관리들이 류 부총리에게 3∼4주 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향후 나머지 300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확대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중국은 이미 각종 가능성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으며, 이는 중국과 미국은 물론 세계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상호 존중, 평등의 기초 위에서 호혜 공영의 협상 타결을 이루길 원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스스로의 합법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의지 역시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인상이 현실화한다면 중국도 반격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우선 가장 현실적으로 맞보복은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국은 지금까지 총 1100억 달러 상당 미국산 제품에 대해 각각 5%와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다시 20%와 25%로 올릴 가능성이 우선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제품보다는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 수입이 훨씬 규모가 크다. 중국이 관세로 맞대응 보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주요 수출품인 농산물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미 중부 지역 농민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맞대응 대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중국의 4월 대두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난 764만t가량이다. 이는 대부분 브라질산으로 일부 미국산은 현재 선적이 연기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후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1400만t가량 추가 수입했다. 이 중 일부는 이미 중국에 들어와 유통됐지만 나머지 추가 구매가 예정된 600만t 정도는 향후 상황에 따라 중국 측이 관세를 추가 부과할 수 있다.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 중단을 보복 카드로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금융시장을 대대적으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이 관세 폭탄을 현실화할 경우 이를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이 중간재나 장비 수출 중단을 통해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