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미국이 중국에 던진 ‘관세 폭탄’의 유탄을 맞게 됐다. 한국의 전체 수출이 0.14%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2일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의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중 고율관세 부과에 따른 직·간접 효과를 고려할 경우 한국의 세계 수출은 최소 0.14%(8억7000만달러, 약 1조249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직접 효과로 중국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국의 세계 수출은 0.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대중 간접 효과로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라 한국의 세계 수출이 0.04% 줄어드는 것까지 포함하면 전체 수출 감소분은 0.14%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2000억달러(약 235조6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앞서 미국은 이와 별도로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번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총 4.0%(1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G2(주요 2개국)가 차지하는 비중은 40.0%,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6%에 달한다. 한국의 미국·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38.9%)은 대만 다음으로 크다.
미국의 대중 관세폭탄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은 수출과 투자에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여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고전하는 반면 일부 국가는 중국의 경쟁이 약화한 수출과 투자에서 선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휴전 종료에 따른 미·중 무역 전쟁 확전’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규모 관세 인상이 중국 수출업체를 강타해 그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HS 마킷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지브 비스와스는 “아시아의 제조업 공급사슬이 중국의 제조업 부문에 원자재와 중간재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게 큰 관세 인상의 충격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전이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전체 중국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과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IHS 마킷은 “중국 수출부문에 대한 거대한 부정적 충격이 파급효과를 일으켜 전자제품과 화학제품 같은 중간재를 중국 제조업 부문에 공급하는 일본과 한국에 연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들 국가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24%이며 중국에 대한 전체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9%에 달한다.
이에 반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제조업 허브인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대중 관세 폭탄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IHS 마킷은 “미국에 물건을 수입해 파는 업체들이 중국 외 다른 제조업 허브로 옮겨갈 것”이라며 “제조업체들은 미국 관세에 대한 노출을 줄이려고 공급사슬 전반에 걸쳐 생산의 구조를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상규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