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우표처럼 수집?’···수십명 몰카 찍은 제약회사 대표 2세

불법 촬영 혐의 이 씨 ‘자취하며 혼자 보려했다’ 주장 / 전문가 “여성을 전리품처럼 생각” / “어둠 속에 반짝반짝 빛나면 몰카 의심해봐야”

한 중견 제약회사 대표의 아들이 10년간 만난 여성 수십명을 상대로 성관계 장면 등을 불법 촬영한 게 드러나 충격을 준 것과 관련해 한 심리 전문가는 “마치 우표나 전리품을 수집하듯 여성의 영상을 수집했다”며 “그의 심리 상태는 타인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나 죄책감이 없는 ‘감각적 진공상태’”라고 분석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한 제약회사 대표 아들 이모(34)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10년간 수십명의 여성과 교제하며 영상 수집... ‘자취하며 혼자 보려했다’ 주장

 

자신의 집 안 곳곳에 이른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최소 수십명의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이씨는 여자친구가 휴대폰을 봤다가 범행의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14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여자친구가 집에서 대화하다가 (남자친구의) 휴대폰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 휴대폰에 다량의 여성 성관계 장면이라든가 야동 같은 그런 게 있어서 이걸 추궁했다”며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사실은 전 여자친구와 성관계라든가 신체를 찍어놓은 거다. 그래서 저장해놓은 거다’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여자친구는 휴대폰을 확인하다 자신을 촬영한 것도 발견해 변호인을 선임해 경찰에 이씨를 고소했다. 백 팀장은 “결국 (이씨가)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으로 구속이 됐는데 경찰에서 강제수사를 해봤다. 휴대폰, 노트북, 등 이런 걸 봤더니 수백 개의 여성의 신체라든가 야동 같은 장면이 저장돼 있었다”며 “무려 10년간 34명의 여성과 교제하면서 자기 집안의 변기, 전등, 침대 이런 데다가 몰카를 설치해 찍었다. 이 사람이 변명이라고 내놓는 게 ‘자취생활을 하며 취미 삼아 다시 보려고 했다’라고 하는 굉장히 궁색하고 황당한 변명을 내놔서 화제가 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성적 욕구 아닌 수집욕... 여성을 전리품처럼 생각”

 

심리 전문가는 이씨의 범행 배경에 수집 욕구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방송에 함께 출연한 이호선 심리상담가는 “(이씨는) 재미 삼아 우표 수집하듯이, 마치 어떤 전쟁에 나갔던 사람이 전리품을 수집해오듯이 그렇게 타인에게 동의하지 않은 영상과 장면과 그 모든 것들을 그 안에 수집해놓은 것”이라며 “제가 볼 땐 이건 성적 욕구가 아니다. 왜냐면 이 사람은 누구를 욕망하는 게 아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얻고 싶었던 건 그 수집품이었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했다.

 

그는 이씨가 누구도 사랑해본 적이 없으리라 예상했다. “타인에 대해서 아무런 감각이나 감정이나 혹은 죄책감이나 (그런 게 없다). 감각적으로 거의 무딘 감각적 진공상태”라고 평가했다.

 

유포 가능성은 작으리라 봤다. 이 상담가는 “이게 여자친구에게 휴대폰을 통해서 걸릴 정도면 이 사람이 되게 허술한 사람”이라며 “그만큼 본인에게 타격이 올 것(영상 유포)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어둠 속에 반짝반짝 빛나면 몰카 의심해봐야”

 

백 팀장은 “몰카가 요즘은 무선 송수신기로 찍히는 게 있다. 먼저 말씀을 드리면 불을 꺼놓고 보면 반짝반짝하는 게 보이면 이건 몰카다. 그리고 안경, 우산, 구두, 단추, 볼펜 정말 굉장한 곳에 몰카가 숨겨져 있다”며 “가장 먼저 관계기관의 단속도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사실은 많은 분이 조심을 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이런 인격침해, 인격살인적인 부분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데, 미온적인 처벌이라든가 온정주의적 처벌이 (집행되고) 있다. 초범이라고 기소유예 내지 벌금형, 또 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가벼운 처벌을 하는 게 결국은 사회적으로 계속 (불법 촬영이) 큰 범죄가 아니라는 분위기를 확산한다”며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준엄한 처벌을 해주는 게 사회 경각, 사회 경고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