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 물러나라!" 외치다 옥살이···40년 만에 ‘무죄’

박정희정권 당시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한 시민에게 법원이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14일 대통령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1979년 5월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이 확정된 김모씨의 재심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신헌법에 근거해 발령된 긴급조치 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기본권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춰볼 때 위헌·무효”라고 판시했다.

 

천주교도인 김씨는 1978년 4월 외국인 신부의 권유로 전남 고흥에서 서울 관악구로 거처를 옮긴 후 종교 재단으로부터 생계보조비를 받아 학업을 이어갔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정부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종교를 탄압하는 데 불만을 품게 됐다.

 

김씨는 같은 해 9월 서울 종로구 소재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린 ‘동일방직 해고 근로자를 위한 기도회’에서 “나를 따라 외치라”며 “유신헌법 철폐하라”, “구속자 석방하라”, “독재정권 물러가라”, “김대중씨를 즉각 석방하라” 등 구호를 외쳐 400여명이 따라 외치게 했다. 당시 검찰은 김씨가 유언비어를 날조 및 유포하는 방법으로 헌법 폐지를 선동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서울형사지방법원(현 서울중앙지법)은 그해 12월 검찰이 주장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고 김씨에게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이에 김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이 가볍다고 주장하며 각각 항소했다. 서울고법은 이듬해 3월 김씨의 형량을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으로 감경했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