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30대 중반은 이미 전성기를 훌쩍 지나 선수 생활 막바지를 준비하는 나이다. 그러나 2018∼2019시즌 초반 이탈리아 세리에A는 이 나이대의 공격수 한 명 덕분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축구의 신’으로 추앙받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리에A 유벤투스로 이적한 덕분이었다. 시즌이 마무리되는 현재 세리에A 득점왕 선두 자리에는 30대 중반 스트라이커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이 ‘호날두’가 아니다. 호날두보다도 두 살이나 많은 36세의 파비오 콸리아렐라(삼프도리아·사진)가 당당하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콸리아렐라는 지난 12일 밤 이탈리아 제노바 루이지 페라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엠폴리와의 리그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켰다. 비록 팀은 1-2로 패했지만 득점 자체의 의미는 적지 않았다. 시즌 26번째 득점으로 콸리아렐라가 생애 첫 득점왕 등극을 눈앞에 두게 됐기 때문이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세리에A 득점왕 경쟁에서 2위그룹에 한골 차까지 쫓겼지만 지난 4일 열린 파르마와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멀찍이 달아났고, 이날 26번째 골까지 넣으며 2위 두반 자파타(28·아탈란타)와의 차이를 4골까지 벌렸다. 남은 리그 경기가 단 두 경기뿐인 점을 감안하면 득점왕 고지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는 토리노FC 소속으로 데뷔해 연령별 대표를 거쳐 국가대표까지 승선하는 등 프로 초년에는 승승장구했지만 끝내 스타로 피어나지 못했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1부리그 시즌 최다득점이 13골에 머무르는 등 믿음직한 공격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 35세 때인 지난해 마침내 공격수로 뒤늦게 눈을 떴다. 19골로 자신의 리그 최다 득점 기록을 깬 것. 여기에 올 시즌은 26골로 리그 최다뿐 아니라 자신의 한 시즌 최다득점인 2008∼2009시즌의 21골까지 넘어섰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28일 AC밀란과의 리그 10라운드부터 올해 1월27일 우디네세와의 21라운드까지 리그 11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등 그동안 그에게 없었던 ‘꾸준함’을 갖췄다는 것이 눈에 띈다. 그는 이 꾸준함을 시즌 끝까지 이어가며 결국 생애 최초의 득점왕 등극까지 눈앞에 뒀다.
이제 관심은 콸리아렐라가 30골 고지까지 등정하는가로 이어지는 중이다. 다득점 경기가 많지 않은 세리에A에서 30골 득점왕은 특별한 기록이다. 최근 50년간 30골 이상 득점왕이 2명에 불과할 정도다. 콸리아렐라가 30골 이상을 해내며 득점왕에 오를 경우 그는 단숨에 리그의 전설로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과연 늦깎이 스타 콸리아렐라가 특별한 기록까지 남긴 채 인상 깊은 시즌을 마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