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카드는 '재정 투입'… 정부가 진화 서두른 이유는

당정 ‘재정투입 카드’ 논란 / 홍남기 “공영차고지 지원 법령 변경” / ‘교통 취약지역 교통권 보장’ 대책도 / 민주당 “버스 준공영제 지원 협의 중” / 업체 적자 노선 혈세로 보전받는 셈 / 전국 적용 땐 1조원 이상 추가 소요 / ‘주 52시간’ 반작용 우려 서둘러 진화 / “총선 앞두고 무조건 재정 투입” 비판
버스 GO? STOP? 전국적인 버스 총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의 한 공영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하상윤 기자

정부가 버스 총파업을 막기 위해 꺼내 든 카드는 결국 재정 투입이다. 정부는 “간접지원”이라는 입장이지만, 공영 차고지 등에 대한 지원을 위해 관련 법령까지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정 투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버스업체가 적자가 나면 재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메워주는 ‘버스 준공영제’를 대책으로 내놨다. 1조원 이상이 들어갈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돈 풀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공영 차고지에 대한 지원 또는 오지와 벽지, 도서 지역에 대한 공영 버스 지원은 지방사업으로 이관하면서 지원을 못 하게 돼 있다”며 “이 분야에 대해 부분적으로 버스 공공성 차원에서 지원하려고 하면 관련 법령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항의하는 노조 서울 버스 파업 여부를 판가름할 최종 협상시한(15일 0시)을 1시간여 앞둔 14일 밤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한 버스 노조원이 조합 간부한테 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홍 부총리는 또 “교통시설특별회계법(교특회계법)에 도로·철도·항만·공항 계정 외에 ‘교통체계 관리계정’이 있는데 여기에 버스에 관한 조항이 나온다”며 “여러 지자체가 관련된 M-버스(광역급행버스)를 포함해 광역교통을 이 계정을 통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지자체가 면허권 등을 가진 버스운송사업자에 대한 국비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교통 취약지역 주민의 교통권 보장과 버스 관련 인프라 확충 등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간접지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버스사업자에 대한 ‘우회 지원’이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교통 취약지역의 교통권 보장’은 달리 말하면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버스업체 입장에서는 적자 노선을 보전받게 되는 셈이다.

정치권은 한 발 더 나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4일 “현재 지방자치 사무로 돼 있는 광역버스(업무)를 국가 사무로 전환하고, 정부가 버스 준공영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보려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데는 큰 문제가 없는데 경기도가 준공영제를 어디까지 할지 버스 노조와 협의하고 있고, 당 정책위원회와도 조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버스요금 인상관련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업체의 운송 수입을 관리하면서 적자가 발생할 경우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준공영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버스회사에 추가로 투입되는 보조금은 수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사회공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준공영제를 도입한 8개 지자체(일부 도입 포함)에서 지난해에만 보조금 1조652억원이 투입됐다. 주52시간 근로에 준공영제 평균 월급을 전국적으로 적용하면 1조3433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버스요금 인상과 관련,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요금 인상은 국민 동의가 전제될 때 가능한 일로 보인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버스 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버스파업 현안 점검 및 대책마련 지방노동위 조정 영상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스 총파업을 막기 위해 정부의 지원 방침이 자칫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가 총파업의 이유로 ‘주 52시간제 도입’을 꼽는 만큼, 실제 버스가 멈춰 설 경우 ‘정책의 실패’라는 비판을 받게 될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반작용을 막기 위해 세금과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장별로 예외를 두는 등 근본 원인을 수정해야 할 문제를 무조건 재정으로 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