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 총경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또 승리와 그의 동업자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전날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경찰은 '버닝썬 사태' 수사가 '용두사미'가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2개월 넘게 총력수사…윤 총경 관련 조사대상만도 50명
경찰이 승리와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톡방을 분석하던 중 '경찰총장'에 대해 언급된 내용을 확인하고 내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3월 8일이다.
이 카톡방에서는 경찰 고위 인사가 자신들의 뒤를 봐주는 듯한 대화 내용이 오갔다.
특히 이 카톡방 제보자의 법률대리인 방정현 변호사가 3월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찰 고위간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자 경찰청은 서둘러 기자간담회를 열고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다.
경찰은 경찰 유착 의혹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었다고 할 만큼 수사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버닝썬 사태'와 관련한 수사 인력은 총 152명까지 늘었고 이 가운데 56명이 경찰 유착 의혹을 담당했다.
특히 윤 총경은 이번 사태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 가운데 가장 직급이 높아 큰 관심을 끌었다.
경찰은 윤 총경을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윤 총경의 계좌와 카드사용 내역을 비롯해 윤 총경 부친의 계좌와 배우자인 김모 경정의 현금영수증 내역까지도 확보해 면밀히 분석해왔다.
또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윤 총경과 친인척 등 40명에 대한 자료를 받아 살펴왔다.
윤 총경에게 골프와 식사 등을 접대한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와 승리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들의 통화내역을 분석했으며 식당과 골프장에 대한 탐문 수사를 벌이는 등 이를 잡듯 샅샅이 뒤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윤 총경과 관련해 조사 대상에 오른 인물은 무려 50명에 달했다.
경찰은 윤 총경이 유 전 대표를 만나 총 4차례 골프를 치고 6차례 식사를 한 사실을 확인했고 유 전 대표를 통해 3차례 콘서트 티켓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가성을 입증 못 해 뇌물로 볼 수 없고, 액수가 적어 청탁금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형사처벌 기준에 못 미치지만 과태료 처분 사안에 해당하는 만큼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청문 기능에 통보하기로 했다.
◇ 유착 의혹 수사 답보…딜레마 빠진 경찰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닝썬 사태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경찰 유착 의혹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경찰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어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수사로 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의혹을 밝혀내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유착 의혹 수사가 제자리걸음인 것을 두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버닝썬 사태와 관련한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 수는 아직 8명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조정이란 중차대한 국면을 맞은 만큼 경찰이 두 팔을 걷어 올리고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라는 분석도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경찰 유착 의혹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검찰에 송치된 이후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경우 경찰로서는 수사력과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건이 최초로 시작된 것은 언론을 통해서였고 막연한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며 "실제로 (윤 총경이 몽키뮤지엄)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는 부분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수사기법을 통해 2개월간 확인했는데 현재까지 대가성 부분은 확인된 바가 없다"면서도 "사실관계 확인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윤 총경 수사는 일차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아직 수사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며 "계좌 등을 여전히 들여다보고 있어서 단서가 나오면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 앞으로도 눈여겨보겠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언론의 의혹 제기와 여론에 떠밀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썼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에 대한 불신을 털기 위해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했지만 결국 불신을 벗어나긴 어렵고 자승자박이 됐다는 것이다.
◇ 클럽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등 남은 과제도
윤 총경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버닝썬과 관련한 수사의 큰 줄기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경찰 수사로 일부 사실로 밝혀진 의혹도 있고 여전히 남은 의혹들도 있다.
경찰은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 강남경찰서 김모 수사관이 클럽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담당한 김 수사관은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강남 A 클럽의 미성년자 출입사건과 관련해 클럽 측에서 사건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경찰관 1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명은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A 클럽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경찰은 미성년자 출입사건과 관련해 클럽 관계자들이 클럽에 출입한 청소년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금품을 준 정황을 포착하고 클럽 관계자들을 입건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에 대한 내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강남의 B 클럽 미성년자 출입사건 관련해서도 경찰관 유착 의혹을 내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울러 2016년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사건을 담당했던 성동경찰서 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고 조만간 송치할 방침이다.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고리로 지목된 강모 씨로부터 고급 외제 승용차를 싸게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부정청탁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석모 경정은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찰 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아직 중간 정도 단계"라며 "유착 비리 부분은 수사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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