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베트남 최대 민영기업 ‘빈그룹’(Vingroup)에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을 투자한다. 이로써 베트남 민영 1, 2위 기업과 모두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SK그룹은 동남아 신흥국이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한 데다 적극적인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ICT(정보통신기술)와 연계한 4차 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을 ‘동남아 진출기지’로 낙점한 것이다.
이번 투자는 SK그룹의 경영화두인 ‘근본적 변화’(딥 체인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SK그룹은 베트남에 진출했다 실패한 SK텔레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사업의 수평적 확장이나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권 확보 같은 시도는 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SK그룹의 해외 시장 진출은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이 핵심이다. 이후 공동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거나 시너지를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진하는 형태다.
이런 투자 사례는 SK그룹이 지난해 9월 마산그룹(Masangroup) 지분을 5000여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마산그룹에 이어 빈그룹 지분을 인수한 SK는 ICT를 접목한 인프라 구축과 민영화에 맞춘 협력사업 모델 개발 등 폭넓은 논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빈그룹 투자는 작년 5월 협의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17년 11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첫 면담을 시작으로, 작년 11월 두 번째 면담에서 국영기업 민영화와 환경 문제 등을 논의하는 등 공을 들였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최고 역량의 파트너와 함께 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