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가라" "자폭하라" 황교안, 시민 반대 무릅쓰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망언 의원' 징계 등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항의받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5·18 추모단체와 시민단체 회원 등의 거센 항의 속에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월 광주'를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습니다.

 

황 대표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나란히 기립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는데요.

 

그는 행진곡이 연주되는 내내 주먹을 쥔 오른손을 어깨 아래에서 위아래로 흔들면서 입을 조금씩 벌리고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는 홀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꼿꼿이 서 있었던 것과 사뭇 대조를 이뤘는데요.

 

그는 지난 1일 노동절 기념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곡에 맞춰 작은 팔 동작만 하면서 입술만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광주 찾은 황교안, 이번에도 물병 세례…시민단체 격렬 항의

 

황 대표는 기념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앞서 황 대표는 이날 기념식이 시작되기 30분 전에 식장 입구인 '민주의 문'에 도착했지만 일부 시민과 5·18 추모단체 회원 수백명의 격렬한 육탄 항의에 가로막혔습니다.

 

'5·18 망언'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없이 황 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을 반대해온 이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황교안은 물러가라" 등의 고성과 함께 버스에서 내린 황 대표를 에워쌓는데요.

 

경찰 등 경호 인력이 인간 띠를 만들어 황 대표를 기념식장 안쪽으로 이동시키면서 현장에서는 밀고 당기는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불과 100여m 거리의 기념식장 보안검색대까지 도착하는데 2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그를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물을 뿌리기도 했으며, '5·18 진상규명 처벌법 제정' 피켓을 든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가 향하는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지도부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날 기념식이 끝난 직후 황 대표 일행이 탄 검은색 승합차가 시민들의 항의를 피해 후문 펜스를 뜯어내 통로를 확보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황 대표가 분화·헌향을 위해 추모탑으로 이동할 때도 시민단체 회원들은 그를 에워싸고 격렬히 항의했는데요.

 

이들은 "사과해" "물러가라"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황 대표는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인파에 갇혀 있다가 결국 분향도 못한 채 경호팀 도움으로 추모관을 통해 간신히 빠져나갔습니다.

 

◆황교안 "자유 가로막는 모든 불순물 씻어내고, 하나되는 광주의 꿈 이뤄지길 바란다"

 

황 대표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 참석을 앞두고 "광주시민의 아픔을 알고 있다. 광주시민의 긍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광주로 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어디에 살든,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그 무엇을 하든, 광주시민이다. 그것이 광주 정신"이라며 이같이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저의 참석에 대해 논란이 많다. 광주의 부정적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는 광주를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 모두가 자유로울 때 광주는 하나가 되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것이 광주의 꿈"이라며 "자유를 가로막는 모든 불순물을 씻어내고 하나 되는 광주의 꿈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