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에 이은 ‘5G 갈등’에 대한 상이한 반응

美 “우리 기업도 피해”, 中 “美에 맞서 싸워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5세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5G에 집중투자해 온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것과 관련해 미 언론이 미국 기업의 피해도 클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중국 매체들은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미 CNN방송은 17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거래제한으로 인해 미국 실리콘밸리 관련 기업의 수입이 110억달러(약 13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화웨이가 1만3000여개의 공급처에서 700억달러(83조6850억원)어치의 부품과 부속품을 사들였는데, 이중 110억달러가량이 퀄컴과 브로드컴의 컴퓨터 칩,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구글의 안드로이드 등 미국 기업에 지출됐다. 화훼이가 이들 미국 공급처에서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칩을 확보하지 못하면 유럽과 중동 등의 공급처와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 기업도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아시아 부품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화웨이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 92개 가운데 중국 기업이 25개, 일본은 11개, 대만 10개, 한국은 2개, 싱가포르 1개 순이다. 부품업체 목록에 있는 미국 기업은 33개다. 화훼이가 1년치 핵심부품 재고를 쌓아뒀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 탓에 아시아의 부품업체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아소 다로 재무상은 전날 “일본에 직간접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들이 있는데 공급망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화웨이와의 거래제한을 조만간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산 부품과 부속품에 대한 화웨이의 구매를 중단시켰지만, 미국 내 네트워크 운용과 장비의 중단을 막기 위해 약 90일간 임시 일반면허 발급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화웨이에 대한 조치에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달리 중국 매체는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 여론몰이에 나섰다.

 

관영 환구시보는 18일 ‘미국에 대한 각종 환상을 버릴 때’라는 사평에서 미국이 법도 무시하고 화웨이의 공급망을 끊는 야만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선전 포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이 스스로 더 발전하고 대미 투쟁능력을 키워야만 미국과 평화 공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용감하게 미국 제국주의의 사악한 성격과 겨뤄야 한다”며 “중국은 개방을 계속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에 날카롭게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 무역전으로 양국 관계가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전략적 게임은 피할 수 없다”면서 화웨이는 질 수 없고 중국도 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라는 강도의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미국에 있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