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기대하고 매번 우려하고… 재방만 하는 검·경 갈등 해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검경수사권 조정과 경찰의 트라우마 / 정권마다 ‘무소불위 검찰’ 개혁 공약/ 기대 부풀었다 꺼지기 일쑤 / 검찰, “경찰에 전권적 권능 주겠다는 거냐” 반발···국민 기본권 보호 빈틈 생길 우려/ 수사는 경찰이 하되 검찰 통제 받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 해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검찰이 수장을 앞세워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경찰의 전·현직 고위간부에 대한 수사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등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논란 때마다 익숙한 장면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경찰로선 기억하기 싫은 트라우마에 다시 시달릴 수도 있다.

 

◆정권마다 ‘무소불위 검찰’ 개혁 공약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언급···경찰, 기대 부풀었다 꺼지기 일쑤

 

문재인 대통령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듯, 직접 수사권과 경찰 수사 지휘권,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 청구권, 기소독점권 등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선 볼 수 없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을 개혁하는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화두였다.

 

국민을 위해 정의롭게 쓰라고 부여된 검찰권을 조직 이기주의와 정권 편에 서서 오·남용한 사례가 잇따르는 등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폐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명·편파·왜곡·늑장·별건·먼지털이·제식구 감싸기 수사 논란 등이 그렇다. 당연히 많은 국민은 시대 변화와 민주주의 원칙에 맞게 검찰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대통령 선거 출마자들은 그 주요 방안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약속했다. 그럴 때마다 ‘수사권 독립’이 숙원인 경찰은 한껏 기대감을 높였지만 번번이 물거품이 되버렸다.

 

새 정권 출범 후 정작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하면 공식처럼 △수장이 직을 걸고 나선 검찰의 조직적 반발 △사정 정국 조성 등에 검찰을 활용해야 할 정권의 검찰 달래기 △검찰의 대대적인 경찰 비리 수사 및 경찰 불신 확산 △검경 밥그릇 싸움 양상에 대한 언론의 양비론 비판 및 ‘검경 모두 문제다’는 비난 여론 고조에 검찰개혁 동력 약화 등이 반복되다 수사권조정은 물론 검찰개혁마저 물건너가기 일쑤였다.

 

노무현정부 당시의 검찰개혁 실패를 거울삼아 문재인정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카드와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이후 전개되는 과정도 비슷한 흐름으로 가는 듯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시스

◆경찰, 검찰의 ‘상전 노릇’에 불만

 

경찰의 숙원은 ‘수사권 독립’과 ‘검찰과 대등한 협력관계’이다. 제대로 철저한 수사를 하고 싶어도 검찰이 수사 지휘권과 영장청구권 등을 무기로 수사 발목을 잡거나 비틀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는데 그러지 못하게 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 주장의 요지다. 경찰은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과거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혐의를 잡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던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경찰들은 “예컨대 전·현직 검찰 인사의 비리혐의나 그 인사들과 관련된 사람의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할 때 혐의 입증을 위한 압수수색이 꼭 필요한데,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이런 저런 꼬투리를 잡고 반려해 수사를 힘들게 하는 등 경찰 수사를 힘빠지게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검찰 견제의 한계를 토로한다.

 

그러면서 대부분 선진국처럼 ‘검찰은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본연의 임무인 기소와 공소 유지에 전념토록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검찰, 8년 전 검경 관계를 ‘대통령·선생님 대 동사무소 직원·학생’ 빗대 논란

 

아울러 검찰이 경찰을 상하관계로 여기는 듯한 인식에도 거부감이 강하다. 실제 8년 전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 당시 검찰이 경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검찰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2011년 6월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당시 민주당 장세환 의원이 공개한 검찰 내부의 ‘수사권조정 논의 관련 설명자료’에 검사는 대통령과 선생님에, 경찰관은 동사무소 공무원과 학생에 각각 빗댄 내용이 담겼던 것이다. 

 

당시 수사권 조정 관련 핵심 쟁점인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된 형사소송법 196조1항의 수정과 관련, 국회 사개특위 검찰소위는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면 수사를 해야 한다’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범죄 발생 시 검찰 지휘가 없이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학생은 선생의 지도를 받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경찰은 이 조항을 ‘학생이 선생의 지도가 없는데 공부하는 것은 불법이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수정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검찰은 또 “경찰이 현행 조항 때문에 수사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없어 동사무소 공무원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해 경찰 안팎에서 ‘오만한 검찰’이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진통 끝에 그해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수사 개시권’이 명문화됐고,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경찰관이 복종하도록 한 규정도 삭제됐다. 

 

8년이 지나 경찰이 ‘수사지휘권 폐지’와 ‘1차 수사 종결권’을 담은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흡족해하지는 않아도 반기는 이유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경찰에 전권적 권능 주겠다는 거냐” 반발···국민 기본권 보호 빈틈 생길 우려

 

반대로 검찰은 발끈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인력과 막강한 정보력을 자랑하는 경찰이 자율적인 수사권까지 가질 경우 국민 기본권 침해가 예상되는 등 폐해가 막심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견 일리있는 지적이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부패 우려는 검찰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수사력과 정보력 오·남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고,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2017년 대선 전후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 등 정치권력의 입김과 눈치에 검찰보다 더 취약한 모습을 내비치며 비판을 자초했다. 자체 수사 역량도 지역별 경찰관서에 따라 수준 차이가 있는 등 고르지 못한 실정이다. 검찰의 힘을 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도 ‘막강한 정보력에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1차 수사 종결권까지 갖는 경찰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는 검찰의 여론전에 고객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하되 검찰 통제 받도록 하는 시스템 마련하자

 

그렇다고 검찰이 지금처럼 ‘감히 경찰한테 권한 확대를? 죽어도 안 된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곤란하다. 또 기소권 일부를 검사와 변호사로 꾸려질 공수처에 주고,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법원(판사)의 판단을 받도록 한 재정신청을 전면 확대하는 등의 자체 개혁안을 흔들며 마치 권한을 엄청 내려놓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썩 좋게 보이진 않는다. 자신들이 누려온 과도한 권한을 ‘경찰 권력 비대화’ 논리를 지렛대로 해서 어떻게든 지키려는 모양새여서다. 경찰과 달리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 능력을 부여해 온 것을 제한하는 안에 대해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비친다. 

 

여하튼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앞으로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틀이 잡히게 된다. 여야는 당연히 심도있게 논의해야 하고, 검경 개혁의 잣대로 시대정신과 국민 눈높이를 들이대야 한다. 검경이 상대 조직에 대해 품고 있는 문제점과 우려는 국민이 공감하는 바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검경이 서로에게 갖는 문제점과 우려를 최대한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수사권 조정안이 논의돼야 한다.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도록 하되,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자. 지금처럼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사건 종결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되, 수사 지휘권과 영장 청구권 등을 무기로 경찰 수사에 대해 ‘부당한’ 간섭을 하거나 방해를 하지 못하게끔 보완 장치를 촘촘히 하는 것이다.

 

예컨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을 담당 검사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거부할 경우 경찰이 판사에게 재신청을 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물론 경찰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수사나 부실·왜곡·편파 수사를 한다든지, 검사의 ‘정당한’ 지휘마저 거부할 경우에는 담당 경찰을 문책하거나 검사가 재수사를 맡는 등 강력한 제재방안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검찰은 무고한 시민, 억울한 시민이 생기지 않도록 잘 걸러진 경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죄인을 재판에 넘겨(기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도록(공소유지) 하는 역할에 전념토록 하는 게 민주주의 원리에도 부합할 것 같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부각돼온 ‘정보경찰’의 문제점과 우려를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는 제도 역시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국회는 검찰과 경찰의 개혁다운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직시해야 한다. 그만큼 국회의 책임이 무겁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