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들이 10년간 국가대표 활동

10년 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2명이 여성 1명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으나 검찰의 기소유예로 어떤 형사처벌도 받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은 지금도 국가대표 선수 활동을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2009년 가해자 이모씨의 준강간·절도·주거침입강간 혐의와 공범 김모씨의 주거침입강간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2009년 3월 서울 광진구의 한 모텔에서 피해자 A씨를 차례로 성폭행하고 A씨 지갑에 있던 수표와 현금 등 수십만원을 절도한 혐의로 이씨와 김씨를 수사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이씨와 김씨를 재판에 넘기지도 않았다. 가해자들이 초범이고 우발적 범행이며, 피해자가 탄원서를 제출해 선처를 호소했다는 게 이유였다.

 

검찰 관계자는 "10년 전 사건으로 기록에 나온 것 외에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당시 기록상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 '선처 호소', '앞으로 잘못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 등으로 기소유예 사유가 적혀있었던 것은 맞다"고 전했다.

 

또 "피해자로부터 탄원서가 제출된 것도 맞다"면서 "최근 이 문제로 피해자 측이 진정서를 추가로 내거나 다시 수사해달라는 등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10년 전 사건이 다시 논란이 된 것은 검찰이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가 비록 합의를 했어도 기소할 수 있는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씨에게 준강간·절도·주거침입강간의 혐의를 적용했고, 김씨에게도 주거침입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준강간'은 '반의사 불벌죄'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합의서를 받으면 기소를 할 수 없었다. 강간죄 등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및 반의사불벌죄 규정은 2013년 폐지됐다.

 

이와 달리 주거침입강간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기소가 가능하고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이다. 그러나 검찰은 주거침입강간 혐의를 인정하고도 이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요즘 같으면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성범죄 수사를 안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10년 전이면 (기소유예 처분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10년 전에는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면 관행적으로 그랬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A씨는 '(상대) 변호사가 합의를 봐도 죄를 받는다'고 말해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찰의 경우 A씨가 합의서를 받은 뒤에도 이씨와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