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대외 경제환경 변화에 맞춰 경기 하강에 적극 대응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미·중 무역갈등이 상당히 봉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 자신의 발언과 배치된다. 오락가락하는 그의 발언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는 1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 쇼크 때도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수장의 말이 수시로 뒤바뀐다면 정책이 신뢰받을 수 없을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처한 상황에서 경제사령탑이 제구실을 못 한다는 점이다. 지난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은 40% 수준으로 유지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채무비율 평균이 100% 이상인데 왜 우리만 40%를 고수하느냐”고 따져 묻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그제 최근의 고용통계를 대면서 “2018년과 비교해서 봤을 때는 획기적인 변화”라고 자화자찬했다.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과 같은 흐름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경제부총리의 소신 발언은 기대난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