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영화인데 아직 보러 못 가서 영혼 먼저 보냅니다.”
여성 경찰의 모습을 다룬 영화 ‘걸캅스’의 ‘영혼 보내기’ 운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영혼 보내기’는 영화를 실제 보지 않고 좌석 예매만 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한 행위인데 ‘새로운 응원문화’라는 의견과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상충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림동 여경 동영상’ 논란을 계기로 걸캅스의 영혼 보내기 운동이 더욱 주목받는 모습이다.
◆평가 엇갈리는 걸캅스, 영혼 보내기로 지지 표명
2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걸캅스는 전날까지 관객수 126만9157명을 기록했다.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 가려 흥행이 부진했던 한국영화 가운데 눈에 띄는 약진이다.
하지만 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영화가 다루는 여성 경찰의 모습이 현실과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의도적으로 평점을 낮게 매기는 ‘평점테러’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반발하는 일부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걸캅스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일었다. 걸캅스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몇몇 누리꾼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걸캅스 영혼 보내기 인증 사진 등을 올리며 영혼 보내기에 동참하고 있다.
◆여성 영화 중심으로 ‘영혼 보내기’ 운동 일어
영혼 보내기의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영화를 예매하고 실제로 보지 않는 것과 영화를 예매했다가 상영 직전 취소하는 것이다. 취소할 경우 관객수에 포함되지 않지만 예매율이 높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좌석을 예매하는 경우에는 주로 상영관의 맨 앞자리 또는 측면 자리 등 인기가 없는 좌석을 예매한다. 실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영혼 보내기 운동은 걸캅스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영화 ‘미쓰백’이 개봉한 당시에도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일었다. 미쓰백은 아동학대와 상처받은 여성 간 연대를 다룬 작품이다. 개봉 당시에는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하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N차 관람’과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이어지면서 손익분기점인 70만명을 넘겼다. 이외에도 영화 ‘허스토리’,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 주로 여성을 다룬 영화가 영혼 보내기의 대상이 됐다.
◆“시장왜곡” vs “응원활동”
최근에는 ‘대림동 여경 동영상’ 논란을 계기로 걸캅스의 영혼 보내기 운동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영화가 다루는 여경의 모습과 동영상 관련 논란이 상충하는 점을 지적하며 영화가 현실과 다르다는 비판도 일부 있다. 또 영화를 보지 않으면서 예매를 하는 것이 사실상 관객수를 조작하는 행위라며 시장실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영혼 보내기를 지지하는 층에선 주체적인 소비행위이자 새로운 응원문화라고 주장한다. 영혼 보내기에 동참했다는 직장인 A(29)씨는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음원이나 굿즈를 사재기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응원의 일환으로 영혼 보내기를 한 것”이라며 “실제 영화 관객수가 N차 관람을 한 관객까지 포함하는 만큼 영혼 보내기가 시장질서를 왜곡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