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의 고용이 감소했지만, 전체적으로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서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난해 임금분포 변화에 관한 분석 결과’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부의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자료를 토대로 측정한 지니 계수(소득 분포의 불평등도를 측정하기 위한 계수)는 지난해 0.333으로, 전년 0.351보다 0.017 감소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걸 의미한다.
지니 계수는 2014년 이후 계속 작아졌는데, 지난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최저임금이 인상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특히 상위 20%의 임금 총액을 하위 40%의 그것으로 나눈 10분위 분배율도 지난해 2.073으로, 전년(2.244)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대폭 인상된 결과로 분석된다.
김준영 팀장은 “임금은 위계적 구조를 이루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저임금 집단의 임금 상승은 중간 임금 집단 노동자의 임금까지 연쇄적으로 올리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난해 최하위 임금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큰 폭의 임금 상승이 있었는데, 이는 임금 불평등 감소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저임금 비중 20% 아래로 떨어져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0% 이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은 작년 6월 기준 19.0%로, 전년 동월(22.3%)보다 3.3%포인트 떨어졌다.
임금 상위 20%의 평균 임금을 하위 20%의 평균 임금으로 나눈 5분위 배율도 전년 동월 5.06에서 4.67로 떨어졌다.
임금 5분위 배율의 감소는 임금 격차가 그만큼 완화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토대로 한 저임금 노동자 비중도 지난해 18.6%로, 전년(27.2%)보다 대폭 하락했다.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시급 비율은 지난해 67.9%로, 전년 66.9%보다 1.0%포인트 올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줄었음을 의미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임금 불평등은 큰폭으로 개선됐다”며 ”이 같은 사실은 대부분의 임금 불평등 지수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일부 업종은 고용 감소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적으로 임금 격차 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일부 취약 업종의 고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공단 내 중소 제조업, 자동차 부품 제조업 등 4개 업종별 20개 안팎 사업체를 대상으로 집단심층면접(FGI)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노동부의 용역 의뢰를 받아 실태 파악을 수행했다.
이에 참여한 노용진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소매업 실태와 관련해 “다수의 기업에서 고용 감소가 발견되고 있으며 고용 감소와 근로시간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기업도 상당수 존재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거나 손님이 적은 시간대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초단시간 근로의 확대 사례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주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초단시간 노동은 1주 노동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이면 해당한다.
노 교수는 음식숙박업에 관해서도 “사례를 살핀 대부분 기업들에서 최소한 고용이나 근로시간 중 하나는 감소했다”며 “피크타임에 단시간 근로자를 활용하면서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음식업과 숙박업 모두 근로시간 조정을 통해 총급여 증가율이 억제되는 경향이 발견됐다“며 ”사업주 본인이나 가족 노동이 확대되는 경향도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자영업자들이 고용과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부가 공식 실태 파악으로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공단 내 중소 제조업과 자동차 부품 제조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고용 감소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실태를 파악한 4개 업종은 다양한 이유로 경기가 나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업종 내 과당 경쟁과 온라인 상거래 확산 등으로 실적이 나빠지는 상황이다.
노 교수는 “영세 기업들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며 "대부분의 경우 원청 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최저임금의 인상 부담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카드 수수료 인하와 같은 다양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노 교수는 ”임금구조 개편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최저임금 효과가 줄어드는 곳도 일부 있지만, 다수의 근로자는 임금 소득이 증가했다”며 ”대부분의 기업에서 상·하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노 교수는 이번 실태 파악에 대해 일부 취약 업종에 대한 사례조사 방식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영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에 필요한 정책 도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부 취약 업종 자영업자를 포함한 영세 업체의 인건비 부담에 대해 ”원청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이 부분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온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영향에 관련, ”과도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며 ”언론의 침소봉대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일자리 상황 악화의 핵심은 제조업 충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