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들이 그렇게 잘 논다며? 졸업하고’···‘문과 조롱’ 현수막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문사회캠퍼스 운동회인 ‘자인전’을 앞두고 설치…‘편협·우월 의식’ 지적 / 총학생회 “주의 기울이지 못했다” 사과

성균관대 캠퍼스에 게시된 현수막이 논란에 휘말렸다. 자연과학캠퍼스와 인문사회캠퍼스 운동회인 ‘자인전’을 앞두고 설치한 현수막에 문과 학생들을 비하한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다. 곧바로 현수막을 철거한 총학생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추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웃자고 거는 현수막인데 예민한 것 아니냐”는 반응과 “웃기는 것도 적정한 선이 있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사진 = 연합

◆운동회 앞두고 ‘문과 조롱’ 현수막…‘편협·우월 의식’ 지적

 

지난 20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 ‘인문캠은 학교에서 치킨집 사업 배운다던데’, ‘문과들이 그렇게 잘 논다며? 졸업하고’, ‘들어올 땐 1등급, 나갈 땐 9급’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인문사회캠퍼스와의 화합을 위해 5년 만에 여는 운동회를 앞두고, 이공계열 일부 학생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캠퍼스 학생회는 ‘센스 있는 도발’을 주제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했으며, 학생들이 제출한 45개 문구 중 20개를 뽑아 캠퍼스에 게시했다.

 

현수막 문구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취업준비생, 9급 공무원, 자영업자 등을 유머소재로 삼은 게 잘못된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편협한 인식, 우월 의식이 묻어났다는 지적과 함께 인문·사회계열 학생을 보는 일부의 비하 시각이 여전한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집단을 공격해 안도감을 느끼려는 심리 같다”, “취업률이 유머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고 논란을 진단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가 22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현수막 논란’ 사과문. 페이스북 캡처.

◆총학, “주의 기울이지 못했다” 사과…과거에도 유사 사례

 

현수막을 철거한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22일 양 캠퍼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총학은 사과문에서 “현수막 문구로 학우 여러분께 우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행사를 앞두고 ‘센스 있는 도발’을 주제로 게시한 현수막 중에 보기 불편한 게시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구 선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상처가 될 수 있는 게시글을 선정해 죄송하다”면서 “사과문 게시까지 시간이 걸려 혼란을 일으킨 점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같은 문제의 재발 방지를 약속한 총학은 특정 게시자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면서 “현수막 문구를 작성한 분이 같은 학우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다.

 

과거에도 일부 대학의 축제, 졸업식 등 현수막 문구가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2017년에는 수도권의 한 대학 학생회 간부로 구성된 모임이 성적인 내용을 연상케 하는 졸업식 축하 현수막을 걸었다가 논란에 휘말렸으며,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현수막을 축제 기간에 게시한 서울의 한 대학도 거센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방의 한 대학은 연예인 속옷 광고 사진에 선정적인 문구를 넣은 축제 주점 홍보물을 만들었다가 “축제 문화를 변질시켰다”는 지적을 들었다.

 

◆“웃고 넘길 일” vs “웃는 것도 ‘선’이 있다”

 

한편, 현수막 논란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반응이 엇갈린다. 단순히 웃고 넘길 일이라는 의견과 ‘적정한 선’이 있다는 반론이 충돌한다.

누리꾼 A씨는 “누구나 비슷한 일은 한 번쯤 있지 않느냐. 축제 기간에 재밌게 놀자는 취지에서 만든 현수막인데 예민한 반응 같다”고 했으며, B씨는 “세상 사람들이 모든 것에 불편해진 것 같다”고 했다. C씨는 “이 정도 현수막도 없으면 축제 분위기를 무엇으로 끌어올리겠느냐”고 물었다.

 

반면 D씨는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 조롱하는 글귀를 어떻게 걸 수 있냐”고 지적했으며, E씨는 “웃고 넘기는 것도 ‘적정한 선’이 있다”고 반응했다. 문제 가능성을 보고도 현수막을 게시한 총학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현수막 문구가 ‘축소된 정치판’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