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6명 개업시 1명은 휴·폐업’
변호사시장의 쓸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통계다. 변호사 업계가 유사직군 문제로 어려움에 빠졌다. 당장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법률사무영역의 업무조정, 직역 간 통·폐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8년 휴·폐업을 한 변호사는 총 904명이다. 2009년 252명 대비 10년 새 약 3.5배 늘었다. 지난해 개업 변호사는 2356명으로, 변호사 2.6명이 개업하고 1명은 휴·폐업을 한 셈이다. 변호사 1인당 연평균 사건 수임 건수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2009년 32.8건을 기록한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1인당 연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지난해 14.4건으로 줄었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개업 변호사는 빠르게 증가했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개업 변호사 숫자는 2만6083명으로 2010년 1만1802명 대비 2.2배 늘었다.
문제는 로스쿨 도입으로 급격히 증가한 변호사 숫자와 함께 유사직역 갈등까지 불거져 변호사 업계가 침체에 빠졌다는 점이다. 국회에는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의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 2건, 세무사에게 조세소송 대리권을 부여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1건 발의된 상태다. 특허심판의 국선대리인을 변리사로 한정한 ‘특허심판 국선대리인 운영규칙 제정안’도 입법예고를 마쳤다.
올해 기준 대표적인 유사직군인 법무사·변리사·세무사·공인노무사 숫자는 2만7753명이다. 즉 변호사들은 같은 변호사들은 물론 이들과도 한정된 법률시장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변호사업계는 로스쿨을 도입해 많은 변호사가 시장에 배출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유직군을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4월 대한변협은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앞에서 유사직역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찬희 회장은 당시 집회에서 변리사·세무사 등 유사직군 종사자들이 변호사의 고유업무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협 측은 집회에서 “변호사 숫자만을 늘리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존립을 흔들고 법조유사직역 자격사 제도의 근간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변협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를 통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는 만큼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처럼 유사직군의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인위적으로 유사직역 간 업무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법률서비스 저하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인위적으로 시장을 구분하는 것은 변호사들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