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생각하는 공정 임금격차, 12.31배”

최고·최저 임금간 격차 인식조사 / 유럽서 추진 ‘1:12 법안’과 유사 / 직업·학력·성별 등 따라 차이 커 / 경영·관리직 종사자 “23.95배 돼야” / 농·수산·축산업선 ‘9.2배’ 답변 / 중졸 8.55배… 대학원졸 17.9배

우리나라 국민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임금격차의 크기는 직업과 학력,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같은 대학원 최서희 박사가 함께 쓴 ‘공정한 임금격차에 관한 인식연구’ 논문(행정논총 2019년 3월호)에 따르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공정한 임금격차의 크기는 평균 12.31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스위스 등 유럽 각국이 추진하는 기업 임원의 연봉이 최저임금 노동자의 연봉보다 12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공정임금을 위한 1:12 법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직업별로 보면 경영·관리직군이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임금격차의 크기가 가장 두드러졌다. 경영·관리직 종사자는 최고임금이 최저임금의 23.95배가 되는 것이 공정하다고 인식했다. 전체 표본 평균(12.31)에 비해 배가량 높은 수치다. 경영·관리직 다음으로는 대학교수와 의사, 변호사, 예술가 등이 포함된 전문자유직이 18.87배가 되는 것이 공정하다고 인식했다. 정부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가 인식하는 공정한 임금격차의 크기는 각각 16.78배, 16.88배였다.

반면에 전체 표본 평균보다 임금격차의 크기가 작은 것이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직업은 농·수산·축산업(9.20배), 전업주부(9.94배), 무직(10.95배) 등이었다. 김 교수는 “직업별로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임금격차가 크게 다르고, 실제로 직업별 임금격차가 적지 않기 때문에 실제 임금 결정에 있어서 집단 간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직업간, 직종간, 산업간 공정한 임금격차에 대한 상호 소통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학력에 따라 임금격차의 공정성 인식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 결과, 응답자의 최종학력이 중학교 졸업인 경우 평균적으로 최고임금이 최저임금의 8.55배 많은 것이 공정한 것으로 인식했다. 고졸의 경우는 최고임금이 최저임금보다 11.47배, 대졸은 14.75배 높은 것이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학력이 대학원 이상인 경우에는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임금격차의 크기가 17.90배로 더 벌어졌다. 초등학교 졸업 이하는 9.09배로 중학교 졸업 이하와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성별에 따라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의 격차 크기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본 결과, 남성(13.92배)이 여성(10.62배)보다 더 큰 임금격차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학력에 따른 실제 임금격차는 다른 국가에 비해 크지 않은 데 반해 공정한 임금격차에 대한 인식은 응답자의 학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면서 “성별에 따른 실제 임금격차는 다른 국가에 비해 큰 데 공정한 임금격차에 대한 인식은 응답자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는 공정한 임금격차에 대한 인식을 사람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최고임금과 최저임금 간의 배수로 설정하고, 그 공정한 임금격차의 크기에 대한 인식을 평균 및 중위수 등의 기초통계를 통해 분석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