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는 수많은 변수와의 싸움이다. 그리고 진정한 실력자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우연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변수들을 극복하고 일정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매 경기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32)이 이번에는 ‘변수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우천 순연과 수비진 에러 등을 극복하고 또 한번 승리를 만들어냈다. LA 다저스는 26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리그 경기에서 7-2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6이닝 동안 10안타를 맞으며 고전했지만 2실점만 내주며 시즌 7승째를 거뒀다.
당초 이 경기는 현지시간 저녁 7시15분에 경기가 개시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폭우로 시작이 한없이 늦어졌다. 플레이볼 시간에 맞춰 몸을 만든 선발투수에게는 극히 불리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현지시간으로 오후 9시라는 늦은 시간에 경기가 시작되며 류현진은 불안함 속에서 첫 투구를 했다. 1회초를 2개의 삼진 포함 삼자범퇴로 순조롭게 막아낸 뒤 맞은 2회 초에는 또다시 변수가 발생했다. 선두타자 안타로 내준 무사 1루 상황에서 나온 멜키 카브레라(35)의 타구를 포수 러셀 마틴(36)이 악송구로 만들어 주자 2, 3루가 만들어졌다. 비가 만든 두 시간여의 긴 공백이 수비진의 집중력까지 떨어뜨린 탓으로 이후 류현진이 후속타자에게 2개의 안타를 빼앗기며 2실점을 내줬다. 이로써 류현진은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전 2회 이후 이어온 무실점 행진을 32이닝으로 끝냈다. 이는 박찬호, 샌디 쿠펙스의 33이닝 연속 무실점에 이은 다저스 역사상 1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류현진의 실점은 여기까지였다. 이후로도 류현진은 우천순연의 영향인 듯 3, 4, 5회 연속으로 2개씩 안타를 내줬지만 점수는 허락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병살타와 짧은 플라이를 만들어내는 등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6회에도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연속 범타로 처리해 끝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