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앞에서 “이 XX, 장난해” 욕설에 신체접촉까지…소년체전 코치 ‘아동학대 수준’

인권위 현장조사 부상선수에 “경기 계속하라” / “폭력 예방 상담 신고체계 없어…매우심각”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적지 않은 감독과 코치가 초·중학생 선수에게 고함과 욕설 등을 하는가 하면 이른바 ‘러브호텔’을 숙소로 쓰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빈번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예방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 인권 특별 조사단은 지난 25일부터 이틀 동안 전북 익산시에서 열린 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의 경기장과 숙소 인권 상황을 현장 조사해 29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감독과 코치들은 초중학생 선수에게 경기 중간이나 종료 후 “이 새끼, 똑바로 안 뛰어”, “지금 장난하냐? 왜 시킨 대로 안 해” 등 고함과 욕설,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경기 중 선수가 다리 부상 신호를 보내자 코치가 화를 내며 계속 뛰게 하거나 경기 후 패배한 선수에게 “그걸 경기라고 했느냐”며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치는 일도 있었다.

 

인권위 측은 “이런 행위가 일반 관중이나 학부모 등이 보는 앞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매우 일상화된 지도나 독려 행위로 인식되는 듯하다”고 우려했다.

 

인권위가 마련한 ‘성폭력 예방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몇몇 남성 심판이나 코치는 이동 시 여학생 목이나 어깨를 껴안았고, 일부 경기위원은 중학생 선수의 허리를 잡기도 했다.

 

또 대부분 선수가 ‘모텔’을 숙소로 이용했고, 남자 코치가 여성 보호자 없이 여자 선수들이 인솔해 일명 ‘러브호텔’ 형태의 숙소를 쓰는 사례도 있었다.

 

인권위는 “성폭력 예방을 위해 ‘여성 선수 동반 시 여성 보호자 동반 필수’ 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며 “‘대규모 이동, 청소년 행사 시 ‘아동 적합 숙소 표준’ 마련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소년체전 전에 ‘스포츠 인권 센터’의 신고 상담 업무를 안내하고 홍보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실행되지 않았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대규모 스포츠 대회를 하면서 폭력, 성폭력 예방 홍보와 상담, 신고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 등 필요한 지침 마련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