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한국 외교, 전략적 결단 내릴 때다

비핵화 집중… 주변외교 방향 잃어 / G2 갈등·한일 냉전 등 과제 산적 / 미국의 ‘아시아 전략’ 적극 활용 / 韓, 외교 고립 막고 국익 챙겨야

최근 한국의 외교는 난맥상이다. 현재 한국 외교는 북한 문제에 쏠려 있다. 남북관계, 미·북관계 등 대부분의 외교가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은 북·미 간 중재외교를 성실히 수행해왔으며, 그 결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에 일조했다. 이와 함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군사합의서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고립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는 나머지 주변국과의 외교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4강 외교는 방향성을 상실한 채 흘러가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작금의 국제정세를 들여다보자. 현재 미·중관계는 새로운 냉전체제를 떠올리게 된다. 미국은 중국 때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을 막는 것은 단순히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다.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두 강대국 간의 싸움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향후 20~30년간 장기적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초당파적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아마도 유일하게 미·중 갈등에 반대하는 부류는 월가(Wall Street)일 것이다.

미국은 냉전종식 이후 중국을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흡수하고 자유화시켜 공산당의 통치력을 약화시키려는 정책을 펼쳐왔다. 2차 대전 이후부터 구축된 자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미·중 간 강하게 얽혀 있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는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 하에 비상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의 강력한 민족주의는 공산당 독재를 용인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펼쳐왔던 그동안의 대중국 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대중국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무역전쟁에 시동을 건 미국은 화웨이 사태 및 환율 문제까지 그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 문제를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대만독립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시작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견제를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실제 얼마 전 한·미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남방 전략 간의 협력강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 중국 경제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경제보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이 당면한 외교적 과제는 이뿐이 아니다. 한·일관계는 한국에 골칫거리가 됐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일본에 매우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 한·일관계에서 일본이 느꼈던 최소한의 죄의식도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베 정부는 미·일관계 강화를 통해 강경한 외교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입지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제 한국은 외교적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먼저, 미국이 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현재 국면은 미국의 일방적인 중국 때리기로 전개될 것이다. 중국은 현재 대미항전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국력의 차이로 봤을 때 이는 조만간 꺾일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굴욕적인 합의를 할 바에야 대미항전의 기세라도 드높이겠다는 정치적 계산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슈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미·중관계에서 미국의 위치는 지금과는 달랐다. 향후 장기적인 미·중 갈등에서 미국의 우세를 예상하건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올라타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이로운 면이 더 많다. 또 하나는 한·일관계이다. 현재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대한국 전략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을 이용한 한·일관계 복원은 현 상황에서 우리가 수용해야 하는 차선책이다.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막고 장기적 국익을 만들기 위한 외교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